원.달러 환율이 장중 1,500선을 돌파하면서 정부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현재 외환보유액은 2천억 달러가 넘어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시장 개입 강도를 높일 수 있지만 향후 글로벌 금융시장이 어떻게 움직일 지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대규모 개입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외환시장 상황을 방치할 경우 환율 급등이 가속화할 수 있어 개입 강도는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오전 중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00원선을 돌파한 직후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 관계자들은 대책 마련에 분주했다.
국제금융국장 및 외화자금과장 등 주요 관계자들은 회의를 진행하느라 오전 내내 통화가 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환율 변동이 심상치 않아 지난주부터 추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며 "지나치다고 생각하면 그대로 방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외 여건이 좋지는 않지만 환율 급상승은 심리적인 요인이 크다고 본다"면서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 기금 확대 발표 등이 주말에 나오면 차츰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현 상황은 상당 부분 쏠림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며 "1,500선을 돌파하는 과정에서 투기세력이 준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국회 업무보고 답변을 통해 최근 외환시장과 관련 "한은과 긴밀히 협조하면서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공개적으로 말은 못하지만 그냥 가진 않는다"고 답했다. 이는 필요한 경우 외환 당국이 개입 강도를 높일 수 있다는 메시지로 외환시장에선 원.달러 환율 1,500원선 안팎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역시 이날 "현재 환율 수준은 높다"며 "최근 환시에 개입을 안 했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외환당국은 지난 17일 외환시장에 6억~7억달러 상당의 매도 개입을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강만수 장관 재직시절 하루 매도 개입 규모가 최대 50억~60억 달러에 달했던 데 비하면 개입을 매우 자제하고 있는 것이다. 윤 장관은 청문회와 취임사 등을 통해 "환율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과 시장 수급 상황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며 "지금은 외환 보유액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보다 보유액을 확충하는데 더욱 신경 쓸 시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환율을 시장에 맡기고 가급적 시장 개입을 자제하며 외환보유액을 축적하겠다는 의미다. 그는 "다만 투기세력이 등장하거나 시장 쏠림이 있다면 정부는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을 통해 시장 개입에 나서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