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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연일 급락..하락세 굳힐까

원.달러 환율이 연일 급락하면서 한 달 전 수준인 1,440원대로 복귀했다.

환율이 이달 초 1,600원대 진입에 실패하면서 달러화 매수세가 한풀 꺾인 데다 무역수지 흑자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환율 하락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그러나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기관의 외화유동성 경색 현상이 해소되기 전에는 환율이 추가로 급락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 한달 만에 최저…고점 확인했나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40원으로 마감하면서 지난달 16일 이후 한 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5일에 비해서는 7거래일간 128원 폭락했다.

외환당국의 달러화 매도 개입으로 작년 말 1,259원으로 떨어졌던 환율은 올해 들어 급등세를 재개하면서 지난달 20일 1,500원을 돌파했고 지난 2일에는 거의 11년 만에 최고치인 1,570.30원으로 치솟았다.

환율은 3일과 6일에도 장중 1,590원대로 오르면서 1,600원대 진입을 넘보기도 했지만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1,600원대 안착에 번번이 실패한 뒤 급락세로 돌아섰다.
미국 씨티그룹의 실적 개선으로 국내외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당국의 환율 안정 노력이 효과를 발휘했다.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6,600선 아래로 밀리기도 했지만 지난 주말 7,100선을 회복했고 이달 초 1,010선으로 떨어졌던 코스피지수도 최근 1,120선으로 오르면서 원화 강세를 뒷받침했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매 현상이 완화된 점도 환율 하락에 일조했다. 지난달 10일 이후 지난 4일까지 17거래일간 주식을 2조7천억 원어치 순매도한 외국인은 지난 5일 매수세로 돌아선 데 이어 지난 10~11일에는 7천억 원 이상 순매수하기도 했다.

지난달 흑자로 전환한 무역수지가 이달 월별 기준 사상 최대인 4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환율이 단기 고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 "하락 추세 전환은 시기상조"

일부에서는 최근 달러화가 주요 통화에 대해 약세를 보이고 있어 원.달러 환율도 확연한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달러화는 최근 한 주 동안 헝가리와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의 통화에 대해 7~8% 절하됐다.

SK증권 염상훈 이코노미스트는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약화하면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무역수지와 자본수지 개선으로 달러화가 유입될 가능성이 큰 만큼 달러화 약세가 지속한다면 환율이 1,300원대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은 환율이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보기는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우세한 편이다. 지난달 중순 1,400원 돌파 이후 형성된 '묻지 마 매수세'로 급등한 환율이 조정받고 있지만 하락세가 굳혀지지는 않았다는 지적이다.

10일 이후 이틀간 주식을 대규모로 순매수한 외국인이 지난 12일 이후 3거래일간 9천억 원 이상 순매도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이 환율 하락을 어렵게 만들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해외 금융기관들이 이달 말 회계결산을 마치고 한국 등 아시아시장에 대한 투자를 재개해 국내 금융기관의 외화유동성 경색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환율이 하락세를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환율 상승 가능성에 대한 과도한 우려가 진정됐지만 1,600원 부근에서 단기 고점을 확인한 데 의미를 둬야 할 것"이라며 "세계 금융시장 불안과 경기 둔화가 한동안 지속할 수 있어 환율의 추가적인 급락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