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만에 정권교체를 실현시킨 일본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차기 총리는 당장 두 가지 큰 시험대에 섰다.
'정치와 통치의 만사'라는 인사와 세상이 변했다는 것을 국민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킬 수 있는 수단인 예산 편성이다. 이 두 가지는 가장 시급한 현안이자 하토야마 능력의 시금석이다.
새정권의 토대가 될 인사와 정권 공약 실천을 위한 예산 편성에 성공할 경우 하토야마 체제가 견고해지겠지만 이게 삐걱거릴 경우 일찍 어려운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
◇ 중의원 308석에도 '구인난'
하토야마 대표에게 현재 가장 급한 것은 인사다. 민주당이 새 시대를 열었지만 이를 실천해야할 손발은 결국 사람이다.
하토야마는 선거 공약으로 관료 중심의 정치를 정치인 중심으로 확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큰 일을 공무원에게 맡기지 않고 국민의 마음을 가장 잘 읽고 있는 정치인에게 맡기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내각의 각료를 포함, 부장관, 정무관 등 핵심 보직에 국회의원 100여명을 투입하겠다고 공언했다.
민주당에 사람은 부족하지 않다. 이번 총선에서의 대승으로 중의원이 115명에서 308명으로 세배 가까이로 폭증했다. 참의원에서도 다수당이다.
하지만 인물이 없다는 점이 하토야마의 고민이다. 민주당의 정책 공약을 조기에 안착시키고 거대 권력집단을 형성하고 있는 관료사회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실력있고 단호하며 정치력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지만 민주당 내에서 행정경험이나 관료 경험을 한 인재풀은 몇 안된다. 한마디로 '프로'가 부족하다.
이런 점을 의식해 하토야마 대표는 "인사를 서두르지 않겠다. 당료들과 충분한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총리 지명 국회가 열릴 내달 중순 이전의 조기 인사설을 일축한 것이다.
당도 문제다. 겉으로는 거대 집권당이지만 민주당 바람을 타고 당선된 초짜 의원이 대부분이다. 이들을 실력있는 '전사'로 만들어야하는 것도 과제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유능한 의원 보좌관을 선발하기 위해 변호사협회 등에 100여명의 구인을 의뢰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 5조3천억엔 자녀수당 관건
인사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예산이다. 당장 올 회계연도 추경예산을 확정해야 하고, 내년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추경예산과 내년예산은 이미 자민당 정권이 그림을 그려 놓았지만 민주당은 이를 처음부터 다시 짜겠다고 밝혔다. 예산 작업의 큰 그림은 새로 설치될 국가전략국에서 주도한다.
핵심은 공약 실천을 위한 재원 염출이다. 민주당이 자녀수당 지급, 공립고 무상화, 사립고생 학비 지원, 직업훈련자 수당 지급, 고속도로 무료화, 농업보조금지급 등을 위해서는 2011년부터 연간 16조8천엔이 필요하다.
이는 올해 예산 207조엔 기준으로 약 8%에 해당하는 천문학적 규모다. 당장 내년부터 자녀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자녀수당은 중학생까지 자녀 1인당 월 2만6천엔을 지급하기로 했기 때문에 연간 5조3천억엔이 필요하다.
내년에는 일단 절반만 지급하기로 한만큼 2조6천500억엔의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 매년 복지예산은 1조엔 정도 자동 증가하고 있다.
결국 기존 예산을 칼질해 어느 분야의 돈줄을 끊어야 새로운 예산 염출이 가능하다. 민주당은 도로 등 대형 인프라 공사 중단, 낭비적 행정예산 절감, 공무원 인건비 삭감, 각종 기금과 재정투용자 사업에서 숨어있는 돈 등을 활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게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 국가예산이란 늘리기는 쉬워도 삭감은 어렵다. 또 편성 과정에서 야당의 격렬한 저항과 기득권층인 이해당사자의 반발을 극복해야하는 난관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