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옛 돈과 새 돈의 교환비율을 ‘100대 1’로 하는 화폐개혁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적인 북한의 외부발표 소식은 아직 없는가운데, 들려오는 정황들로 보아 북한의 화폐개혁은 기정사실로 보인다.
1일 금융권과 외신 등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부터 기존 화폐 100원을 새 화폐 1원으로 바꾸는 화폐단위변경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폐단위변경은 우리나라도 지난 1955년, 1962년 단행한 바 있는 화폐개혁의 일종이다.
북한의 화폐개혁이 사실일 경우 1992년 11월 이후 17년 만으로, 북한 정권 수립 이후 6번째다.
대북 소식지 ‘좋은 벗들’은 1일 복수의 대북 소식통을 인용,화폐 교환은 12월6일까지 진행되며, 그 이후에는 새 화폐가 유통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북한 당국은 화폐교환을 위해 오는 6일까지 목욕·이발·식당 등을 포함한 일체의 상거래를 중지시켰고, 군부대에 비상대기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이번 화폐개혁의 배경으로 북한 내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대체적이다. 북한의 물가는 매우 가파르게 치솟아 지난 8월 현재 평양에서 옥수수쌀 1㎏이 1500∼1600원에 거래되고 있는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일반 노동자 월급은 3000원 전후이다. 한 달 월급을 갖고도 쌀을 2㎏밖에 못 사는 셈이다.
또한 화폐개혁을 북한 내 극심한 통화경색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북한은 지난 2002년 단행한 ‘7·1 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함께 개인 장사가 급증하면서 개인이 소유한 화폐량이 크게 늘어났다.
그럼에도 실제로 북한에서 유통되는 통화량은 많이 부족하다.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이 돈을 집안에 보관하는 성향이 강한 탓으로, 북한에서 은행대신 저금소가 있지만, 이자율이 낮은데다 지급보장도 완전하지 않은 저금소에 대한 불신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전문가들은 화폐개혁의 후속조치가 뚜렷하지 않지만 만약 북한이 이같은 개혁에도 물가가 잡히지 않으면 가격자유화를 통한 적극적 개방기조를 추진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황진훈 산은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장은 “북한의 화폐개혁에 대한 구체적 정보가 입수되지 않았지만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잡고 경제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며 “현재로서는 후속조치를 확인할 수 없어 북한 경제의 향방을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북한은 정권 수립 후 1947년 12월 기존 화폐를 새 화폐와 1대 1 교환을 실시하는 등 지금까지 모두 한 차례의 화폐 개혁과 4차례의 화폐 교환을 단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