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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닷새째인 30일. 실낱같은 희망을 부여잡고 실종자의 기적적인 생환 소식을 기대했던 가족들도 지쳐가고 있다.
끼니를 거른채 뜬 눈으로 밤을 지샌지도 벌써 나흘째. 더딘 구조작업에 대한 거친 항의가 이어지면서 탈진해 쓰러지는 가족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지금까지 경기 평택 해군2함대 내 임시숙소에서 생활하던 가족 4명이 탈진해 119구급대에 의해 부대밖으로 실려 나갔다.
임시숙소로 마련된 2함대 동원예비군교육장 1층 의료실도 두통과 호흡기 질환을 호소하는 가족들이 속속 늘고 있다.
두통과 목 질환을 호소하는 가족들이 줄지어 약을 처방받고 있다. 처방된 약이라고 해봤자 소염제와 진통제 뿐이지만 남편, 아들, 동생의 생환 때까지 이 것으로라도 버텨야 하는 상황이다.
군 의료 관계자는 "가족들은 신경이 극도로 날카로워진 상태"라며 "눈물을 그치지 않는데다가 고함을 쳐 목 질환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끼니도 대부분 거르고 있다. 숙소 옆 식당에서 배식을 하고 있지만 이 곳을 찾는 가족들은 절반도 채 안된다.
군은 가족들의 식사를 부대밖 식당에 맡겨 장병들과 다른 식단을 제공하고 있으며, 숙소 안에는 컵라면과 초코파이를 비치했다.
270여 명의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임시숙소는 두 가족이 한 방을 사용해야 한다. 12인실의 33㎡ 남짓한 방 24곳이 마련됐지만 비좁은 공간 탓에 교육장 옆 내무대에도 방 9곳이 마련됐다.
대부분의 가족들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며 1층 휴게실에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 구조소식을 기다리며 휴게실 TV 앞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다.
실종자 박경수 중사의 어머니 이기옥씨(59)는 "지금도 물 속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아들이 눈에 선한데 어찌 목으로 음식이 넘어가고 잠이 오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