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인양된 함수는 함미와 마찬가지로 절단면을 제외하면 비교적 온전했다.
함교의 유리창은 충격 속에서도 크게 파손되지 않은 듯 보였다. 선체의 표면은 비교적 매끄러웠으며 72㎜ 주포 와 45mm 부포도 외관상으로 큰 손상을 입지는 않았다.
하지만 함교 뒤편으로는 철거된 폐가의 단면을 보는 듯 처참했다. 해치는 강한 충격을 받은 듯 너덜거렸고, 사격통제레이더 등이 달린 마스트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마치 함교 뒤편을 거대한 포클레인으로 함부로 휘저은 듯했다.
제한적이긴 하지만 육안으로 보인 함수와 함미 절단면을 맞춰보면 크게 ‘X’자형으로 파손이 이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경우, 커다란 외부충격에 의해 선체가 들리면서 1차적 파손이 이뤄졌고, 내려앉으면 2차 파손이 진행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함수가 함미와 마찬가지로 거센 조류에 떠밀려 바다 속에서 한 달여 가까이 이리저리 이동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파손형태가 침몰 직후 나타난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침몰원인을 조사중인 민군합동조사단은 일단 천안함 최초 폭발지점에 주목하고 있다.
군당국은 박성균 하사의 시신이 발견된 지하 2층 자이로실 인근에서 첫 폭발이 일어났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추정했다. 당초 인공배수 계획이 없었으나 자이로실에서 자연 배수가 됐다는 것이 그 근거다.
민군합동조사단은 3D입체영상을 통해 함수와 함미의 절단면을 맞춰보고 여기에 인양된 연돌과 수거된 파편 등을 꿰맞춰 보면 폭발의 크기 등 천안함 침몰의 직접적 원인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