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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바키아 의회, EFSF 법안 부결 '막판 발목 잡아'

[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순조롭게 진행되던 유럽재정안정기구(EFSF) 확대안의 유로존 회원국 17개국 승인이 막판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EFSF 승인의 마지막 관문이었던 슬로바키아에서 '설마'하면서도 우려했던 일이 결국 현실로 나타나며 막판 발목이 잡혔다.

그리스 위기로 인해 유로존이 도미노로 붕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EFSF 확대안에 반대 입장을 보였던 다른 유로존 회원들도 입장을 바꾸었지만, 슬로바키아는 끝까지 반대 입장을 고수하며 법안을 좌초시켰다. 

슬로바키아 의회가 유럽 구제금융 체계인 유럽재정안정기구(EFSF)의 대출여력을 증액하고 기능을 확대하는 법안을 부결함예 따라 그리스 위기 해결 지원과 유럽 은행 자본확충 등 유로존의 재정 위기 극복을 위한 계획에 중대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EFSF 법안은 유로존 17개 회원국 모두에서 승인돼야 발효되기 때문에 슬로바키아의 반대는 다른 모든 나라들의 승인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재투표 가능성이 있어 재투표를 통해서 통과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슬로바키아 의회에서 표결이 실시된 EFSF 법안은 4개 정당으로 구성된 연립정부 내 제2당인 '자유와연대(SaS)'가 법안을 지지하지 않으면서 승인에 필요한 과반(76석)의 찬성표에 21표가 부족한 55표의 찬성을 얻는 데 그쳤다.

연정은 전체 의석수가 79석으로 의회 과반을 확보하고 있지만 21석인 SaS가 법안 반대 방침을 고수, 법안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이베타 라디코바 총리가 정부신임과 연계한 이번 법안 표결이 부결됨에 따라 현 내각은 실각하게 됐다.

다만 이날 표결은 재투표가 조만간 실시되고, 69석인 제1야당 '스메르'의 지지를 얻어 의회를 통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실시됐다.

스메르 당수인 로베르토 피초 전 총리는 현 연정이 좌초한 뒤 치러지는 재투표에서는 EFSF 법안을 지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우파 정부에 `노(no)'를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EFSF에는 '예스(yes)'를 얘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디코바 총리의 슬로박민주기독연맹(SDKU) 소속 이반 미클로스 재무장관은 이날 의회 발언을 통해 "EFSF가 이번주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들은 실각한 라디코바 총리가 스메르와 새 정부 구성, EFSF 법안 지지를 놓고 모종의 거래를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그러나 가까운 시일 내 재투표를 통한 법안 통과가 이뤄지지 않으면 EFSF 재원을 염두에 두고 추진 중인 유로존의 유럽 은행 자본확충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된다.

슬로바키아의 법안 부결로 EFSF의 대출 여력은 계속해서 현재의 2천500억유로에 묶이게 된다. 법안이 통과되면 대출 여력은 4천400억유로로 늘어난다.

또 재정 위기가 그리스를 넘어 이탈리아, 스페인 등으로 번지는 것을 막고자 EFSF에 유통시장에서 국채 매입, 은행 자본확충 지원, 예비성격의 신용공여 등의 기능을 추가하기로 한 것도 이행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