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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바키아 EFSF 확대안 막판 제동... 유로존 재정 위기 해결에 차질

[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슬로바키아 의회가 유럽재정안정기구(EFSF) 법안을 부결시킴에 따라 유로존의 재정 위기 극복을 위한 유로존의 노력에 큰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그리스 사태 등이 점점 심각해지며 은행권으로까지 위기가 확장되는 조짐이 보이자 유로존이 늦기는 했지만 재정 위기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는 시장의 평가가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터져나온 슬로바키아의 이번 '반란'은 유로존 재정 위기 해결 기대감에 다시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보인다.

슬로바키아는 유로존 위기가 점점 확산되면서 독일과 프랑스 등 유로존 정상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 또 물론 부결에 대한 우려도 제기는 했지만, 그래도 17개국 가운데서 16개국에서 승인이 된 상황에서 '설마' 혼자서 부결하는 베짱을 부리지는 못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적지 않았지만, 결국은 법안에 발목을 잡는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이번에 부결된 유럽재정안정기구(EFSF)  법안은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 지원, EFSF 역할 확대 등 지난 7월 유로존 정상회의 합의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것으로, 모든 회원국 의회에서 이 법안을 비준해야 정상들의 합의사항이 이행된다.

슬로바키아는 지난 그리스에 대한 1차 구제금융 지원 법안도 부결시킨 전력이 있다. 라디코바 총리는 이번에 '반기'를 든 '자유와연대'(SaS)에게서 지난해 8월 그리스에 대한 1차 구제금융 지원 때도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했었다. 그래서 결국 유로존이 지난해 5월 약속하고 이후 단계적으로 제공한 그리스에 대한 1차 구제금융 지원 법안을 부결시켰다. 그러나 당시 슬로바키아의 분담몫이 전체 지원규모(800억유로)의 1.02%(8억1천600만유로)에 그쳐 유로존의 그리스 구제금융 집행에 차질이 빚어지지는 않았다. 

이번 법안에 포함된 유럽 구제금융 체계인 EFSF의 대출 여력을 증액하고 기능을 확대하는 조치는 유로존의 재정 위기 극복을 위한 핵심적 조치다. 유로존 정상들이 이달 말까지 마련키로 한 은행 자본확충 계획도 EFSF 강화를 전제로 추진되고 있다.

법안은 EFSF의 대출 여력을 전체 기금규모인 4천400억유로로 증액하기 위해 EFSF에 대한 회원국 보증규모를 총 7천700억유로로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재정 위기가 이탈리아, 스페인 등으로 번지는 것을 막고자 EFSF 기능에 유통시장에서 국채 매입, 예비성격의 신용제공, 은행 자본확충 지원 등을 추가한다.

독일, 프랑스 정상들이 지난 10일 유럽 은행 자본확충 계획을 마련하기로 합의한 것은 슬로바키아까지의 무난한 의회 통과를 통해 가능해질 EFSF의 대출 여력 증액을 전제로 한 것이다. 독일, 프랑스 등은 이런 계산 아래 EFSF 재원을 유럽 은행 자본확충에 어느 정도 투입할 것인지를 놓고 이견을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들은 대출 여력이 4천400억유로로 늘어난다는 전제 아래 포르투갈(260억유로), 아일랜드(177억유로)에 대한 구제금융과 700억유로 안팎으로 예상되는 그리스 2차 구제금융 투입분을 제외해도 대략 3천억유로 정도를 은행 자본확충이나 국채 매입 등에 투입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 국가라도 반대해 EFSF 법안이 최종 비준되지 않으면 이 같은 논의는 실효성을 지니지 못하게 돼, 이러한 계획이 당분간은 추진되지 못하게 됐다. 이에 따라 유로존 회원국들은 슬로바키아 정치권에 조기 재투표를 통한 승인을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베타 라디코바 슬로바키아 총리와 제1야당인 스메르의 로베르토 피초 당수가 유럽재정안정기구(EFSF) 법안의 조속한 의회 승인을 위해 협력하기로 해 재투표를 통해서 법안이 통과될 것이 유력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