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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의 왼팔이라고 불리는 제이 엘리엇 전 애플 수석부사장. |
[재경일보 김윤식 기자] 왼손잡이인 스티브 잡스가 '나의 왼팔'이라 부른 제이 엘리엇 전 애플 수석부사장이 특허분쟁을 담당하고 있는 삼성전자 고위 임원을 만난다. 애플과 치열한 특허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가 화해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차원에서 추진하는 만남이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양측이 최악의 파국을 면하기 위해 결국은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는 예상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실제로 움직임이 포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해외법무팀에서 글로벌 특허분쟁 업무를 맡고 있는 고위 임원 2명이 10일 제이 엘리엇 전 애플 수석 부사장을 서울에서 만나 애플과의 화해 방법을 논의하기로 했다.
엘리엇은 지식경제부가 주최하는 테크플러스 포럼에 강사로 초청 받아 8~10일 방한한다. 그는 9일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국제경영원 주최로 열리는 조찬강연회에서 이병건 녹십자 대표, 이종진 CJ오쇼핑 부사장 등 기업인 150명을 대상으로 '스티브 잡스의 리더십'을 강의하고, 10일에는 경희대에서 열리는 테크플러스 행사에 참석해 강의할 예정이다.
엘리엣은 10일 강의 후에 삼성전자 해외법무팀 임원들을 별도로 만나기로 했다. 행사 관계자는 "삼성 측에서 따로 만남을 갖기를 원했고, 애플의 의중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 꼽히는 엘리엇도 흔쾌히 응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과 애플 모두 지나친 대결 구도로 가면 서로 좋을 것이 없는 만큼, 엘리엇이라는 메신저를 통해 서로의 의중과 화해 방안을 타진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와 엘리엇은 서로 만나는 것이 외부에 알려지기를 꺼려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대외적으로 강경방침을 밝힌 상태인데다 이번 특허소송은 IP센터에서 주도하고 해외법무팀은 지원하는 입장이어서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현재 소프트웨어개발업체 누벨의 최고경영자(CEO)인 엘리엇은 IBM과 인텔을 거쳐 1980년 애플에 합류해 20년간 스티브 잡스 창업주와 함께 제품 개발, 인사 채용, 조직 문화, 브랜딩 등을 다듬으며 애플의 전반적인 경영을 책임졌다. 왼손잡이인 잡스가 생전에 엘리엇 CEO를 '나의 왼팔'이라고 부를 정도로 신뢰한 정신적 지주이자 멘토였다. 비록 지금은 애플을 떠났지만 애플과 잡스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엘리엇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개인적으로 양사의 소송전에 승자는 없다고 본다"며 극단으로 치닫는 특허전쟁을 경계하기도 했다. 때문에 삼성전자와 애플은 엘리엇이라는 제3자를 가교로 삼아 상호 화해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도 이번 면담을 통해 특허소송을 제기한 애플의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동시에 화해 가능성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애플과의 화해를 모색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공식적으로는 애플에 대해 강경 대응 방침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계속해서 고수하고 있다.
한편, 애플과의 화해를 모색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공식적으로는 애플에 대해 강경 대응 방침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계속해서 고수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해외법무팀에서 애플과 화해 방안을 찾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는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애플이 스페인 소송에서 패소한 점 때문에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