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박우성 기자] 팬택 창업자인 박병엽 부회장이 6일 "오는 31일을 끝으로 회사를 떠나 휴식을 갖겠다"며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워크아웃 졸업을 위해 백의종군의 자세로 기업회생에 전념해 온 박 부회장이 졸업을 목전에 두고 돌연 사퇴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업계에서는 팬택이 이달 중 '워크아웃' 졸업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대주주인 채권단에 팬택의 앞날을 빨리 결정내려달라고 압박하는 승부수라고 보고 있다.
'워크아웃' 졸업을 위해서는 채무 4천500억원 중 비협약채권 2천300억원을 조달하고 대주주 채권단의 협약채권 2천200억원을 만기 연장해야 하는데, 시간을 끌고 있는 11개 은행들에게 결단을 촉구하기 위해 압박 수단으로 사퇴라는 강수를 던졌다는 것이다.
박 부회장은 이날 오후 상암동 팬택 사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가 어려워진 뒤 워크아웃을 받은 지난 5년간 휴일없이 일하다보니 개인적으로 많이 피로하고 체력적으로 감당 불가능한 상태"라면서 "올해 말을 끝으로 회사를 떠나서 휴식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스톡옵션의 경우 내년 3월말까지 근무해야 받을 수 있는 권리인데 이것은 포기하겠다"고 밝혔으나 우선매수청구권에 대해선 "내가 갖고 있는 권리이기 때문에 행사할지 말지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언급은 사퇴 이후 휴식을 취하면서 채권단의 보유지분에 대해 우선매수청구권(채권단 지분을 우선 취득할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할 수 있는 박 부회장이 재무투자자를 찾아 경영권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선 박 부회장이 채권단과의 갈등으로 전격 사퇴라는 승부수를 던진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돼, 갈등이 해소될 경우 회사로 조기 복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는 또 자신의 퇴진으로 인한 경영진 공백에 대해 "팬택이라는 회사는 내가 만들었지만 나를 떠나서도 가치있는 생명체라고 생각한다"면서 "후배 경영진들이 탄탄하게 경영수업을 받아왔기 때문에 리스크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팬택이) 비상매뉴얼을 갖고 훈련과 의사결정을 해왔고, 그런 훈련을 받은 경영진들이 있다"면서 "일단 대주주인 채권단이 (후임 경영진을) 결정할 때까지 매뉴얼대로 움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채권단이 대주주다운 걸맞은 행동을 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워크아웃에 들어온 지난 5년간을 참고 기다려준 채권단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고 말했다.
한편, 팬택은 재무위기에 빠져 채권단의 관리하에 들어간 지 5년여만인 이달 말 '워크아웃'을 졸업하게 되며, 워크아웃 상황에서도 박 부회장의 리더십 아래서 17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