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영은 기자] 새누리 당직자에 의해 유출된 220만명의 당원명부가 지난 4·11총선 공천을 앞두고 예비후보 7∼8명에게 넘겨졌고, 이 가운데 2명이 공천을 받아 한 명은 낙선하고 나머지 한 명은 당선된 것으로 20일 확인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향후 검찰수사 결과에 따라 해당 지역의 낙선자들이 4·11 총선의 '불공정 경선'을 주장하며 경선 원인무효를 주장하고 나설 가능성이 있는데다 야권이 '부정 경선'을 부각시키며 대대적 공세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이번 사건이 대선정국의 뇌관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이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의 책임론으로 이어지며 새누리당의 쇄신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대선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은 물론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는 당내 경선 룰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0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당원명부를 400만원을 받고 문자발송업체에 유출한 혐의로 구속된 당 정책위 수석전문위원 이모씨는 검찰조사에서 "4·11총선을 앞두고 있던 지난 2∼3월 당원 220만명의 인적사항과 휴대전화 번호 등 개인정보가 담긴 당원명부를 경선 예비후보 6명에게 넘겼다"고 진술했다.
이처럼 유출된 명부를 넘겨받은 후보 2명이 공천을 받고 이 가운데 한 명이 당선되는 등 공천명부가 친박(친박근혜)-친이(친이명박)계로 나뉘어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총선 공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4·11 총선 공천 당시 당 공직후보자추천위의 경선지역 결정에 앞서 경선 가능성에 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명단을 입수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당원명부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진 경선 예비후보들의 지역 가운데 일부에서는 아예 경선 자체가 치러지지 않은 곳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져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을 받기 위해 명단을 입수하려고 예비후보의 참모들이 많이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경선이 실제 치러졌던 지역도 있었고, 아닌 지역도 있었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해당 지역의 낙천자들이 반발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당원명부를 확보한 사람이 공천을 받는 과정에서 사전선거운동을 했을 수도 있다고 주장하거나 검찰 수사에서 비슷한 정황이 포착될 경우 문제가 복잡하게 꼬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전 비대위원장과 대립각을 세워온 정몽준 전 대표와 이재오 의원, 김문수 경기지사 등 비박(非朴·비박근혜)주자 3인은 당원명부 유출에 대한 직전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함과 동시에 대선후보 경선의 불공정 가능성을 제기하며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압박의 고삐를 죄고 있다.
비박주자측 관계자는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영세 사무총장 시절 당원명부가 유출됐는데 당시 지도부는 관리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특히 총선때 명부가 유출됐다면 친박에서 이미 그 명단을 확보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현행 룰대로 경선을 치르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야권도 '부정 경선'을 부각시키며 공세에 나섰다.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당원명부 유출사건이 박 전 비대위원장이 당을 책임지고 사실상 공천권을 행사했던 시절에 벌어졌다는 점에서 박 전 비대위원장은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면서 "이번 사건은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부정) 사건에 못지않은 공천부정 사례가 될 수 있다"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