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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진단기준 완화 기대감…재건축 추진 '탄력'



정부가 아파트 재건축 안전진단기준 완화를 예고하면서 노후 아파트 단지들이 그동안 미뤄왔던 재건축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안전진단을 진행 중이거나 기본계획 수립 단계에 있는 단지 모두 규제 완화 분위기를 타고 재건축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호가가 오르고 거래가 늘어나는 등 시장도 반응하고 있다.

31일 강남구청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선경·한보미도, 삼성·청담동 진흥 아파트는 재건축을 위한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해 이달 14일부터 정밀안전진단에 들어갔다.

선경아파트 홍표 관리과장은 "이달 14일에 120일 동안 정밀안전진단을 시작한다는 공문을 받았고 28일부터 구청이 선정한 용역 업체에서 나와 본격적인 진단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홍 과장은 "정부에서 적극적인 규제완화 정책을 펴고 있어 주민들은 올해 초 정밀진단을 통과한 인근 우성이나 재건축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청실아파트처럼 재건축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24일 발표한 경제정책 방향에서 아파트의 구조안전성이 심각한 수준이 아니어도 설비 노후도나 주거환경이 열악하면 재건축을 할 수 있도록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단지는 이미 안전진단 절차를 밟고 있지만 정부의 규제완화 분위기가 최종 안전진단 통과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대치동 한보미도 아파트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으로 재건축에 대한 기대가 더 커졌다"면서 "정밀안전진단이 순조롭게 통과되면 조합설립 추진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허용 연한을 충족했거나 임박했지만 아직 기본계획 수립 단계인 아파트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송파구 신천동 장미1차는 최근 주민들이 모여 재건축 추진위원회 구성과 안전진단 신청 등을 의제로 논의를 진행했다.

장미아파트 관리소장은 "구체적으로 확정한 사안은 없지만 정부의 재건축 규제를 완화 소식에 주민의 관심이 높아졌고 기대감에 술렁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추진 단지의 호가도 2천만∼1억원까지 올랐다.

대치동 아성공인중개 한혜경 실장은 "선경의 경우 최근 호가가 1억원 가량 올랐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로 물건을 거두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2∼3주 전까지 17억∼18억원 수준이던 선경 전용면적 127㎡ 양재천 전망 로열층이 최근 18억5천만원에 팔리는 등 거래도 성사되고 있다.

대치동 행복중인중개 서경남 대표는 "거래가 안 되던 전용 128㎡가 최근 16억원에 거래됐고 호가도 5천만원가량 올랐다"면서 "이 평형을 17억원대 이상 받아달라고 얘기하며 그 가격 밑으로는 안 팔겠다는 집주인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신천동 장미1차의 경우 전용 71㎡의 호가가 2∼3주 전에는 6억6천만∼6억8천만원이었으나 현재 2천만원 정도 올라 6억8천만∼7억1천만원에 형성돼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재건축 추진에 적극적인 입장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올해 초 개포, 경남, 우성 등 22개 단지에 대해 안전진단을 하고 이달에도 3개 단지에서 안전진단을 시작했다"며 "기준을 충족하는 단지들은 재건축 추진에 적체가 없도록 관리하고, 대규모 이주에 따른 전세난의 우려도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전진단을 통과하더라도 추진위 구성, 조합설립, 관리처분 등 넘어야 할 산도 여전히 많다.

한 재건축 추진 아파트 관계자는 "올해 초 안전진단을 통과했지만 추진위 설립 등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다"며 "기대보다 집값이 오르지 않아 수익성에 대한 기대가 낮고 큰 평형이 많아 쉽게 사업추진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재건축 추진에 적극적인 주민도 있지만 소수여서 추진에 탄력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며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용적률 상향 등 추가 규제 완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