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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와 독일의 갈등… 유럽통합 깨뜨리는 도화선 되나

 

그리스 수도 아네테의 국회의사당 앞에서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15일(현지시간) 대형 국기를 흔들며 긴축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그리스 수도 아네테의 국회의사당 앞에서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15일(현지시간) 대형 국기를 흔들며 긴축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긴축정책이 그리스 국민을 궁핍하게 만들고 취업난에 직면한 젊은층의 해외 탈출을 부추기고 있다"며 긴축 중단을 촉구했다.

 

16일 (그리스 현지시각)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서 그리스와 채무단의 구제금융 협상안은 결국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협상 시한은 20일로 연기되었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양측이 공통점을 찾지 못했다며 "그리스가 구제금융 연장을 요청하면 20일에 회의를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상안을 타결하지 못한 이유는 그리스의 현행 구제금융 프로그램 연장과 그리스 새 정부의 개혁 계획 등의 논의에서 양측이 공통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스는 오는 28일 끝나는 유럽연합(EU) 측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연장하지 않고 새로운 협상을 체결하자고 제안했으며, 새로운 4개년 개혁 계획을 수립해 채무 재조정과 함께 8월 말까지 채권단과 타결한다는 계획으로 3~8월은 가교 프로그램으로 유동성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EU 집행위원회와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으로 구성된 채권단 '트로이카'는 현행 구제금융을 연장해 기존 긴축정책 약속을 이행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데이셀블룸 의장은 그리스가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것이 최선이란 의견에는 협상 참여자들이 대체로 공감했다고 전했다. 그리스 정부가 요청한 가교 프로그램이 곧 현행 구제프로그램이나 다름없어 연장하지 않으면 '유연성'을 논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양측이 결국 합의할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며 이틀 안에 타결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리스는 유로존에 있고 분명히 유로존에 남을 것"이라며 이른바 '그렉시트'(Grexit =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를 적극 해명했다.

반면 그리스 최대의 채권국인 독일의 반응은 탐탁지 않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그리스의 새 정권과 유로그룹이 서로 만족하는 협상 타결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의견을 밝혔다. 어느 한 쪽은 양보를 해야 '딜'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그리스의 합리적 후퇴를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독일 정부의 자문기관인 ifo 경제연구소의 한스 베르너 소장은 "그리스가 유로존을 일정 기간 벗어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트로이카의 구제금융이 그리스의 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3년가량 과거 그리스의 화폐인 드라크마 체제로 경제운용을 하고 그 후 다시 유로존으로 돌아오라는 제안이다. 베르너는 전에도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론을 주장했던 인물이다. 독일 정부의 태도와 베르너 소장의 발언이 같은 시기에 맞물려 마치 독일이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유로는 유럽연합(EU)과 함께 유럽 통합의 상징과 같은 국제 정책이다. 같은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는 유럽 대륙이기에 가입국의 강력한 단결력을 끌어낼 수 있었고, 이후에 설립된 국가 집단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독일과 그리스의 갈등과 퇴출 논의는 단순히 국제 경제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유럽의 단결력을 깨부수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앞으로도 유로존의 신뢰를 잃을 수 있는 국가가 퇴출당할 여지가 있고, 가입국 간 국력의 차이로 내부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부결 전망에 따라 아테네증시의 종합주가지수는 3.83% 하락했고, 그리스 국채 3년물 수익률은 17.08%로 지난 주말보다 1.7%포인트 오르는 등 금융시장이 약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