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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당국 어제 하루만 50억달러 쏟아부어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외환시장 개입에 나선 외환당국이 23일 하루 동안 환율 방어를 위해 50억달러를 쏟아부은 것으로 보인다.

23일 오전 9시 서울 외환시장은 개장하자마자 환율이 15원이나 급등해 1195원으로 시작했다. 1200원을 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였다. 그런데 개장 후 단 1분 만에 환율은 예상 밖으로 45원이나 곤두박질치며 1150원으로 떨어졌다. 이는 달러 '사자' 주문을 모두 흡수하고도 남을 만큼의 대량 주문이었다. 

시장 개입을 시사한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이 환율 급등을 막기 위해 이날 개장하자마자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이었다. 외환당국이 달러를 대량으로 매각하자 달러값이 급락하며 환율도 크게 떨어졌다. 

이 1분 동안은 외환당국이 환율 급등으로 외환시장이 불안정해질 것을 우려해 3년 만에 다시 외환전쟁에 돌입한 순간이었고, 그만큼 미국과 유럽발 대외 악재로 초래된 한국 금융시장의 위기가 만만치 않음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런데도 외환당국이 45원이나 끌어내린 환율은 불과 1시간 만에 1190원대로 되돌아갔다. 이에 외환당국은 3~4차례에 걸쳐 소량 개입을 거듭했고, 결정적으로 장 마감 5분 전인 오후 2시 55분 1194원에서 또다시 달러 매물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환율은 전날보다 13.8원 떨어진 1166.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에서는 외환당국이 이날 하루 동안 전체 외환거래량 100억달러의 절반에 달하는 40억~50억달러를 쏟아부은 것으로 추정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행되던 2008년 7월 9일 외환당국이 점심시간에 40억달러 매도 물량을 쏟아부은 이후 3년 만에 다시 초대형 시장 개입에 나선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오전 수출 대기업 재무담당 임원들을 과천 정부종합청사로 긴급 소집, 보유하고 있는 달러를 매도해 줄 것을 주문하는 등 전방위 환율 방어에 나섰다. 1200선 돌파를 앞두고 두 차례나 외환당국이 대량 개입에 나선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정부가 환율 1200원 선을 마지노선으로 지키려고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물론 프랑스와 이탈리아, 그리스 은행들이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등 글로벌 금융위기가 계속되며 은행들이 유동성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섬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달러 가뭄이 벌어져 환율 상승 압박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라 외환당국이 환율 방어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도 서울 증시에서 무려 6800억원어치를 팔고 자금을 빼내갔다. 이로 인해서 시장에서는 이러한 큰 흐름을 무시한 채 환율을 지키기 위해 투기 세력과 힘겨루기를 하다가 자칫 외환보유액만 낭비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3년 전 외환 당국이 개입했을 때에도 환율은 한달 만에 원상 복귀됐다.

최근의 달러 강세는 신흥국 공통의 현상으로, 원화가 12.0% 하락한 8월부터 9월 22일까지 브라질(26.7%)·인도(12.2%)·대만(5.6%) 등 주요 신흥국 통화들도 일제히 가치가 하락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어려워진 선진국들이 신흥국에 투자한 자금을 일시에 빼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국제 공조를 최대한 이끌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