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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유럽 디폴트 위기론 대두…‘스페인’이 관건

유로존과 IMF로부터 45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한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이 정크본드 수준으로 강등당하고 포르투갈까지 2단계 하락하면서 서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증폭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8일 사태가 급박해짐에 따라 IMF가 지원규모를 기존 150억유로에 100억유로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유로존 정상들이 조만간 긴급 회의를 가질 것이라고 전했다.

◆S&P, 그리스·포르투갈 등급 강등…글로벌 금융시장 ‘출렁’

국제신용평가회사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27일 재정위기에 직면해 있는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국가신용등급을 대폭 하향조정했다.

S&P는 이날 성명에서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3단계 하향조정, 정크본드(투자부적격 채권) 등급인 ‘BB+’로 강등했다고 밝혔다. S&P는 포르투갈의 경우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A-’로 2단계 강등시켰다.

이 같은 유럽발 재정위기는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이날 유럽증시가 3%대 급락세로 마감한 데 이어 뉴욕증시 역시 2%대 하락세로 장을 마쳤고 유로화 하락과 상대적인 달러 강세 전망, 수요 감소 우려가 겹치며 국제유가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위기 확산의 진원지인 유로 회원국들의 국채에 대해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면서 이들 국채 가격은 급락했고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국채 금리는 급등했다. 2년 만기 그리스 국채 금리는 전날보다 4.87%포인트 폭등한 18.71%까지 치솟았다.

또 포르투갈 국채 금리 역시 1.17%포인트 급등한 5.36%로 뛰어올랐다. 포르투갈, 그리스와 함께 이번 국가채무 위기에서 이른바 유럽의 ‘PIGS’로 불리는 이탈리아, 스페인의 2년 만기 국채 금리도 각각 0.31%포인트, 0.15%포인트 뛴 1.82%, 2.11%로 상승했다.

◆IMF, 그리스 100억유로 추가 지원…구제금융 700억유로 예상 

국제통화기금(IMF)이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규모를 현재의 450억유로에서 550억유로로 확대할 방침이다.

IMF의 한 관계자는 “그리스에 대한 IMF의 지원한도는 250억유로며 잔여분도 모두 지원할지를 놓고 협의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투자자들과 전문가들은 이미 그리스에 대한 서방의 구제금융이 700억유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에 45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공식 요청한 그리스의 뒤를 이어 포르투갈이 재정적자에 따른 국가부도 위기에 내몰리면서 유로존에 연쇄적인 부도사태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유로화의 통화가치가 계속 하락함에 따라 유로화가 출범 11년 만에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날 유로화는 뉴욕 외환시장에서 지난해 4월 이래 처음으로 유로당 1.32달러 밑으로 하락했다.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재정 위기가 가속화하면서 유로화의 가치는 계속 하락해 유로화 한계에 대한 논란이 더욱 가열될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스페인으로 확산되나”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사태의 충격이 단기적이고 제한적일 것이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두드러지면서 단기적인 조정을 겪을 수는 있지만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와 같이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 이진우 자산운용리서치팀장은 “그리스와 포르투갈 이외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이라며 “그리스 이외 지역으로 위기가 확산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지만 이를 유럽발 위기 재연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종규 수석연구원은 “그리스와 포루투갈이 유럽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낮아 세계적 금융위기 확산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며 “그러나 근본적 문제인 유로존 시스템 불안이 선제적으로 해결되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위기의 관건은 스페인으로까지 문제가 확산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스페인은 유로존 4위의 경제규모를 가지고 있어 그리스와 포르투갈과는 폭발력이 다르다는 점에서 향후 상황 타개 여부에 비상한 관심이 쏠려 있다.

‘그리스발 도미노’를 막기 위해서는 그리스 문제를 서둘러 해결지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EU의 돈자루를 쥔 독일이 어떤 입장을 보이느냐다. EU의 지원 금액 300억유로 가운데 84억유로를 분담하게 될 독일은 줄곧 미지근한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S&P가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신용등급을 전격 강등하면서 독일 정치인들에 대한 압박이 커졌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