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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부품분야 사업구조 재편 가속

[재경일보 박우성 기자] 삼성전자가 26일 삼성LED 합병을 의결한 데 이어 소니가 가진 S-LCD 지분 전량을 매입하고 새로운 전략적 사업동맹을 구축하면서 부품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 재편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밖에도 최근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사업을 글로벌 HDD 기업인 씨게이트로 넘긴 바 있으며, 삼성LED와의 합병작업을 끝내면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회사인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합병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SMD는 회사로 삼성전자와 삼성SDI가 각각 64.4%와 35.6%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7월 디바이스 솔루션(DS)사업총괄을 신설해 9월 LCD사업부를 개편한 데 이어 최근 사장단 정기인사를 통해 삼성전자 DS(Device Solution)부문 권오현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최지성(완제품, 세트), 권오현(부품) 투톱 체제를 만든 후 후속조치로 부품분야 사업구조까지 새롭게 개편하면서 부품분야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업계에서도 삼성전자의 일련의 조치가 전자업계의 판도가 바뀌는 '격변기'를 맞아 부품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작업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 S-LCD 소니 지분 전량 매입… 대형 TV LCD 뿐 아니라 소형 LCD도 생산

2004년 4월 삼성전자와 소니가 합작 설립한 S-LCD는 대형 LCD 패널을 공동 생산하기 위해 만들었다. 총 자본금은 3조3천억원으로, 삼성전자가 지분의 50%와 1주를, 소니가 나머지 지분(50%-1주)을 보유했다.

양사는 합작을 통해 대형 LCD TV 시장을 창출하고 제품 경쟁력을 강화해 부품 업체와 완제품 업체간 전략적 협력 성공 사례로 평가받아 왔다.

삼성전자와 소니에 생산한 LCD 패널을 반반씩 공급해왔던 S-LCD는 8년간 양사에 1억대 이상의 LCD-TV 패널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대형 LCD-TV 시장 창출 및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LCD-TV, 3D TV 등에서 기술협력을 통해 초기 시장을 주도했다.

S-LCD는 지난 2005년 4월 세계 최초의 7세대 라인을 가동하며 40인치와 46인치의 시장 표준화를 주도해 2006년 삼성전자는 '보르도TV'로 소니는 '브라비아 TV'를 통해 2006년 업계 1위와 2위에 등극하게 됐다.

이후에도 대형 TV패널뿐 아니라 초박형 LED TV, 240Hz 3D TV 등 최신 LCD 기술이 적용된 패널을 확보해 TV사업에서 경쟁력을 꾸준히 확보해 왔다.

그러나 LCD 가격이 폭락하면서 소니는 최근 7분기 연속 적자와 60억 달러가 넘는 누적 손실을 기록했고, 삼성전자도 지난 하반기부터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양사는 결국 LCD 시장의 침체와 패러다임 변화로 기존의 전략으로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기 어렵게 되자 이 같은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주식인수와 LCD 패널 공급계약이라는 전략적 변화를 시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소니의 S-LCD 지분 전량 매입을 통해 기존에 TV용 대형 패널만 생산하던 S-LCD 라인을 시장 상황에 맞게 노트북이나 모니터·스마트폰·태블릿PC용 소형 패널로 운용하는 등 탄력적인 라인운용이 가능하게 됐고, 이를 통해 신속한 의사결정과 사업운영의 자유도를 높이게 됐다.

삼성전자는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폭락한 TV용 패널 생산량을 줄이고 최근 판매가 급격히 늘고 있는 소형 모바일 기기 생산량을 늘인다는 전략이다.

▽LED 합병… 삼성전자 신성장동력 만든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조명장치인 LED(Light Emitting Diode, 발광다이오드)를 생산하는 삼성LED를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삼성LED는 지난 2009년 삼성전자와 삼성전기가 각각 현금 1000억원씩을 출자해 만든 합작법인으로, 삼성전자는 삼성전기가 보유한 삼성LED 지분 50%를 전량 인수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인수대금으로 내년 4월 삼성전자 주식 26만9867주(2천800여억원)를 삼성전기에 신주교부 방식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회사가 가진 기술과 유통망을 활용해 현재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LED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DS부문 권오현 부회장은 "글로벌 LED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합병을 결정했다"면서 "삼성전자의 다양한 경쟁력을 활용해 반도체의 성공신화를 LED에서도 재연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삼성 LED 합병에 나선 것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국내외 LED 시장에서 부품 사업의 시너지를 통해 시황을 극복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회사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최첨단 반도체 기술과 제조 역량, 글로벌 판매 네트워크가 향후 LED 사업에 차별화된 경쟁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업계는 삼성LED가 이번 합병으로 삼성전자의 선진 인프라를 활용해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고 보고 있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부품부문 재편 작업은 어려운 시장 환경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공격투자와 시너지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