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안진석 기자]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반 토막 났다.
상반기 성장률도 전망치에 못 미치는 2.6%에 그쳐 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하반기 경기 전망도 암울한 것을 감안하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로 주저앉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제 전문가들은 2%대 성장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특히 소비, 투자, 수출 등 모든 분야에서 '하방 경고'가 나와 한국 경제가 'L자형' 장기침체의 늪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L자형 흐름은 경기가 바닥권에서 오랫동안 머무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도 좋지 못한 상태다.
26일 한국은행이 내놓은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에 따르면, 2분기 중 실질 GDP는 전분기보다 0.4% 성장하는데 그쳐 지난 1분기 0.9% 성장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2분기에 비해서는 2.4% 성장했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경제성장률도 한은 예상치인 2.7%에 미치지 못하는 2.6%로 추산됐다.
하반기 경제 상황도 좋지 않아 올해 전체 성장률 전망치인 3.0%도 달성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배상근 경제본부장은 "1분기 경제성장률이 2.8%인데 연간 성장률이 3.0%가 되려면 2분기 이후 경기가 더 좋아야 한다. 그러나 성장을 끌고 갈만한 동력이 없는 상태여서 올해 3.0% 성장률 달성은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임진 연구원도 "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한국은행이 전망한 3%도 중간값을 뜻하는 것으로, 결국 2%대로 떨어진다고 말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40년간 성장률이 3% 아래로 내려간 것은 5차례로, 1980년 -1.9%로 첫 마이너스 성장을 했고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여파가 몰아친 1998년에는 -5.7%로 가장 낮았다. 또 카드사태가 터진 2003년 -2.8%,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2.3%, 2009년 -0.3% 등이었다.
정부는 올해 경제가 `상저하고(上低下高)'의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유럽 재정위기가 심화되면서 `상저하저(上低下低)'로 바뀌고 있는 징후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유럽은 현재 스페인의 전면적 구제금융 요청 가능성과 그리스가 9월에 디폴트(채무불이행)을 선언할 것이라는 '9월 위기설'에 이어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이탈 가능성까지 재부각되며 혼란에 빠진 상태다.
우선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의 지출 측면을 보면 민간소비 증가세가 둔화하고 설비투자와 수출이 감소세로 전환됐다.
민간소비는 승용차 등 내구재와 의류·신발 등 준 내구재가 늘어나 전년 동기 대비 0.5% 늘었다.
설비투자는 기계류를 중심으로 6.4% 감소했고 건설투자는 토목건설이 늘어 0.3% 증가했다.
수출은 석유화학제품, 철강을 중심으로 0.6% 감소하고 수입은 일반기계 등이 줄어들며 1.7% 축소됐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금속제품, 전기전자기기 부진으로 전년 동기 대비 0.1% 감소했으며 건설업은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건설경기 둔화로 인해 2.1%나 하락했다.
서비스업은 금융보험, 도소매음식숙박 등이 증가하며 0.5% 성장했다.
교역조건 변화를 반영한 실질국내총소득(GDI)은 전 분기보다 1.0%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뿐 아니라 내년 경제전망도 밝지 않은 것이 문제다. 'L자형' 장기 침체를 우려하는 이유다.
LG경제연구원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발표한 전망치 중 가장 비관적인 3.3%로 제시했다.
한국은행은 3.8%, 주요 투자은행(IB) 평균은 3.9%,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4.0%, KDI는 4.1%를 각각 제시하고 있지만 상반기보다 크게 낮아진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경제가 내년에도 저성장의 흐름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된 결과다.
이런 가운데 `L자형' 경기 흐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임진 연구원은 "유럽 위기는 몇몇 문제 국가의 위기를 막는 미봉책으로는 풀 수가 없다"며 "근본적인 해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그 과정에서 L자형 경기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심상치 않은 유럽 위기가 스페인, 이탈리아의 전면적인 구제금융 신청 국면으로 넘어가면 예상보다 훨씬 큰 충격이 올 수도 있다.
유럽 전역의 은행 부실과 글로벌 신용위기, 극심한 경기침체로 발전하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IMF는 이미 한국을 세계 경기둔화에 가장 취약한 나라 중 한 곳으로 뽑고 있다.
대신경제연구원 김윤기 경제조사실장은 "유럽에서 국가 또는 금융기관의 연쇄 부도라는 최악의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며 "사태가 해결되는 방향으로 가주면 좋겠지만 최근의 분위기는 그리 좋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