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와 크림 반도에 찾아온 갈등의 문제로 인해 유럽에는 다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여기에는 갈등의 명시적인 두 주체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이 끼치는 심리적인 불안도 크다. 하지만 그 불안이 실제로 독일 등 유럽 국가들에 미치는 경제적인 충격을 살펴보면, 이는 만만치 않게 심각한 문제이다.
원래 우크라이나의 전 대통령인 빅토르 야누코비치는 서방과의 관계 개선과 무역 이익을 바라는 사람들의 지지로 유럽 연합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였다. 하지만 유럽과의 관계가 사람들의 기대보다 잘 풀리지 않았고, 국제통화기금(IMF)는 국제 금융위기 이후 채무 불이행 상황에 몰린 우크라이나에 강도 높은 체제 개편을 요구했다.
그 과정에서 야누코비치는 러시아 측이 제안한 200억 달러의 차관과 가스 공급 가격 인하를 받아들이고, 유럽과의 관계 개선을 접는 식으로 정책을 바꾸었다. 이에 많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올해 초 격렬한 시위를 통해 정권을 교체하여 다시 친서방 정책으로 나가기를 바랐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때맞춰 친러시아계가 60% 가량을 차지하는 크림 반도의 독립 운동을 이용해 우크라이나를 압박하였다.
일단 유럽 각국은 러시아의 크림 반도 점거에 대해 항의하는 의미로 경제적인 제재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6일에 벨기에에서 열린 유럽 연합 정상 회의는 러시아와의 비자면제 협상 중단과 대화 유예를 결정했다. 11일 유럽 각국 외무장관들은 영국 런던에 모여 러시아 제재 방안을 협의하였고, 17일에 열리는 유럽연합 외무장관 전체 회의에서 방안이 승인 및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현지 시간으로 13일, 유럽 의회는 러시아 제재를 지지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결의안에서는 유럽이 러시아로의 무기 및 상응하는 기술 이전을 금지하고, 러시아의 자산을 동결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비록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유럽 연합이 대(對) 러시아 정책에서 보다 강경한 자세를 취하는 일환이다.
하지만 가스나 원유 등 유럽 각국에 중요한 자원의 상당수가 러시아에서 수입된다는 점은 여전히 불안 요소이다. 또한 러시아 경제의 불안이 세계 각지로 퍼져 유럽의 경제 상황이나 주식 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칠 우려도 남아 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13일 범유럽 Stoxx50, 영국의 FTSE 100 지수 등 유럽의 주요 증시는 전날보다 1~2% 정도 내렸다. 크림 반도에서의 긴장이 지속됨에 따라 시장 약세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독일의 경우, 러시아 내 외국 투자의 10%를 차지하고 6천 개 정도의 기업이 러시아에서 사업을 하고 있어 경제적 연관이 밀접한 상황이다. 또한 석유 30%, 가스 40%를 러시아에 의존하기 때문에 유럽 각국 중에서도 제재에 신중하게 나서는 모습이다.
독일 기업을 지원하고 있는 독일 정부 산하 동유럽경제위원회 에카르트 코데스 회장은 서방의 러시아 제재로 독일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서로 간 경제 제재의 소용돌이가 몰아치게 된다면 유럽 경제는 오랜 기간 타격을 입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유럽 각국의 러시아 연계/의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대화나, 셰일가스 등 대체 에너지 마련은 아직까지 미비한 편이다. 갈수록 러시아-우크라이나의 갈등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유럽 경제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넘어 어떤 경제적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