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윤식 기자] 애플이 아이폰5가 아닌 아이폰4S를 내놓은 것과 관련해, 애플이 기술력이 부족해 아이폰5 LTE를 못 낸 것인지, 이번에 낼 수도 있었지만 수익성이 없다고 생각해 다음 기회를 노리고 출시를 미룬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 애플, LTE폰 만들 기술 안 된다
애플이 이번에 신제품으로 내놓은 아이폰4S는 아이패드2에 사용된 1GHz 듀얼코어 프로세서 'A5' 칩을 탑재했으며, 8메가픽셀 카메라 센서를 장착했다. 또 지난 해 인수한 음성검색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 ’시리(Siri)’의 음성인식 기술을 접목해 사람의 목소리로 조작할 수 있는 ’음성 제어(Voice Control)’ 기능을 탑재했다.
하지만 4세대(4G) LTE는 지원하지 않고 3G HSDPA(고속하향패킷접속)+ 14.4Mbps를 지원한다. 이에 따라 아이폰4S는 다른 LTE 폰들과 속도 차이가 크게 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1GHz 듀얼코어 프로세서 ‘A5’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경쟁사들이 이미 1.5GHz 듀얼코어를 탑재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부끄러운 수준이다. 그래서 일부 외신들은 애플의 기술과 혁신이 한계에 달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애플 인사이더에 따르면, 포워드 컨셉스의 윌 스트로스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안드로이드 진영에 비해 LTE 기술력이 다소 뒤진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애플이) 지금 LTE폰을 만들어서 가지고 나올 방법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미 예전에 애플이 2012년 LTE 단말기를 내놓기 전에 중간 단계로 아이폰4S를 출시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애플은 이번에 중간단계로 아이폰4S를 내놓았다.
애낸드테크란 블로그를 운영하는 애낸드 쉼피 역시 "아이폰용 LTE 음성과 데이터 처리 기능이 있는 MDM9615 칩이 내년 초나 돼야 나올 것"이라며 "따라서 아이폰5는 내년 3분기 이후에나 출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애플이 기술의 부족으로 LTE폰을 내놓지 못했을 경우, 앞으로 다른 휴대전화 제조업체들과 기술에서 계속해서 차이가 벌어질 수 밖에 없어, 애플의 스마트폰 시장 지배력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애플이 LTE폰을 만들어서 출시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그리고 신제품이 출시되지 않은지 이미 1년 반 정도의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새로운 제품이 나오기까지의 공백을 너무 벌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이번에 신제품을 출시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 LTE 망이 구축되지 않아서
LTE폰을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은 있지만 LTE 망이 구축되지 않아서 LTE폰을 내놓지 못했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LTE 망은 미국과 한국의 대도시 일부 등에만 설치되어 있다. 따라서 아직 LTE 폰을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어느 정도 LTE 망이 구축된 이후에 LTE로 서비스가 되는 아이폰5을 내놓는 것은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삼성전자, HTC, LG전자 등이 LTE 폰을 내놓은 상태이고, 미국에서도 이통사들이 계속해서 LTE 서비스를 위해 LTE 망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이것도 충분한 이유가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LTE 망의 문제였다면, 애플이 이번에 아이폰4S의 출시 시기를 조금더 늦추고 LTE 망이 구축된 시점에서 신제품을 발표하는 전략을 사용했을 수도 있다.
애플이 언제 LTE 폰을 내놓느냐에 따라, 특히 LTE망이 어느 정도 구축된 이후에도 LTE폰을 내놓느냐 내놓지 못하느냐에 따라서 LTE폰을 내놓지 못한 것이 LTE 망의 문제인지 기술력의 문제인지가 분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 실익 없어 일부러 시점 늦춘 것
애플이 지금 LTE를 도입할 이유가 없어서 LTE폰을 만들 수 있지만 만들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시장 조사기관인 IHS는 "아이폰4의 속도가 현 3G 표준인 HSPA와 잘 맞기 때문에 LTE를 도입하는 이점이 없다"고 분석했다. 또 IHS의 프랜시스 시데코 수석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좀 더 비싸고 클 뿐 아니라 전력 소모가 많은 LTE 제품 대신 같은 데이터 속도에 우월한 이용자 경험이 가능한 4S를 공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A5 칩을 이용함에 따라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면서 스마트폰 듀얼 코어 경쟁에서 한 발 앞서나갈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시데코는 "애플이 성능을 향상시키면서 전력 소모를 최소화한 부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애플이 이날 출시한 제품에 '5' 대신 '4S'란 명칭을 붙인 것은 내년 초 출시 예정인 LTE 탑재 제품을 의식한 조치라는 분석도 있다. 포워드 컨셉스의 윌 스트로스 애널리스트는 "내년 봄 출시 예정인 LTE 버전에 붙이기 위해 아이폰5란 명칭을 남겨뒀다"고 주장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올해 초 이미 LTE 이슈에 대해 발언한 적 있다. 애플인사이더에 따르면 당시 그는 "1세대 LTE 칩셋은 단말기 업체와 디자인 문제로 많은 협상을 해야만 한다"면서 "그런데 그 중엔 우리가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문제들이 정리되지 않아 LTE폰을 만들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의 아이폰5 LTE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 위협 때문에 출시를 미뤘다는 루머성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애플이 언제 LTE폰을 내놓던지 삼성전자가 판매금지 소송을 낼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는 평이다.
◇ 언론들은 이미 예상했던 실망
한편, 현지 언론들은 이날 발표가 있기 전에 이미 “애플의 신제품이 소비자들의 기대에 못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3일(현지시간) 새롭게 출시되는 아이폰5에 대해 "애플의 새 아이폰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그것은 늘 똑같다는 리스크가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매년 그래왔듯이 이번 신제품도 이전 모델에서 살짝 변경된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WSJ는 경쟁사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다양한 스펙과 모델로 소비자들을 대거 확보했지만 애플이 이를 뛰어넘는 혁신적 능력을 보이기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최근 출시되고 안드로이드 진영 스마트폰들은 애플 아이폰의 아성을 뛰어넘기 위해 스펙이나 기능 등에서 아이폰보다 우수한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WSJ의 전망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뉴욕타임스도 지난 3일 "새로운 아이폰이 베일을 벗고 모습을 드러내면 수백만의 사람들이 아이폰5의 첫 구입자가 되기 위한 방법을 궁리하겠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안드로이드라는 경쟁 제품을 고려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이폰4S에 실망한 사람들이 안드로이드폰의 구입을 고민하게 된 상황을 감안하면, 이 분석도 맞아떨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