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국정 운영의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고 있는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가 정부조직법 장기 표류에 이어 출발부터 삐그덕대고 있다. 창조경제의 개념이 애매모호하고 추상적이라는 이유로 여론의 뭇매를 맞더니 일부 언론들은 아예 한발 더나가 대기업들을 쥐락펴락 할 수 있는 경제민주화가 낫다고 비아냥 거린다.
창조경제 논란과 정부조직법 국회 통과 지연 모두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가 발단이 되어 빚은 사태로 박근혜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지난 대선때 백가쟁명식 경제민주화에 이어 이젠 창조경제가 여야의원들 조차 헷갈리게 하며 국민들을 혼동케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대선 공약집에서 창조경제를 상상력과 창의성,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새 시장과 새 일자리, 좋은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지난 1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융합형·선도형 경제를 지향하고 경제민주화가 바탕이다”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노믹스’ 설계자로 알려진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도 26일 토론회에서 “창조경제는 실물·금융자산보다 지식자산의 중요성이 더 커지는 것”이며 “중소·벤처기업의 창업이 활성화되고 중소·대기업간 상생 구도속에 일자리 창출형 성장이 경제민주화 바탕에서 선순환하는 경제”라고 밝혔다. 그리고 “오는 4월중순경 창조경제에 대한 개념과 추진 전략 등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과 현부총리의 발언을 재차 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종합해보면 창조경제는 경제민주화 기반위에 창조력과 융복합 기술을 통해 중소·대기업간 상호보완 차원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 모두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논란이 되고 있는 ‘창조경제’에 대해 원론적인 접근을 해보자. 창조(創造)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전에 없던 것을 처음으로 만듦, 신(神)이 우주 만물을 처음으로 만듦, 새로운 성과나 업적, 가치 따위를 이룩함”으로 정의되어 있다.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것외에도 ‘기존의 결과치 보다 높은 성과물을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경제학에서 재화와 용역에 필요한 토지와 노동, 자본을 ‘생산의 3요소’라고 한다. 여기에 생산조직을 통제하는 경영, 즉 기업가정신과 경영능력을 포함해 ‘생산의 4요소’라고 한다. 부존자원이 부족하고 IT강국인 우리로서는 당연히 인적자원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집을 보자.「중산층 70% 재건 프로젝트」를 위해 국민 걱정반으로줄이기(가계부담덜기·국가책임보육·교육비걱정덜기·생애주기별맞춤형복지정책), 일자리늘지오(일자리 늘리고·지키고·올리는), 더불어함께하는안전공동체(4대사회악뿌리뽑기·경제민주화·지역균형발전·대탕평인사)로 요약된다.
일자리를 통해 희망을 주고,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을 누리는 국가를 만드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최우선 국정목표다. 좋은 일자리를 많이 늘리고, 지금 있는 일자리를 지키고,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끌어 올리는 것이다.
384페이지나 되는 ‘대선공약집’ 본문에는 일자리가 117번, 창조경제가 7번, 경제민주화가 6번 나온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가 양수레 바퀴 역할을 하고 있고 용어 빈도수도 얼추 비슷하다.
여기서 눈여겨 볼 대목이 있다. 창조경제를 견인키 위한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 신설이다. 미래부는 기초과학 및 융합시너지과학을 토대로 정보통신방송(ICT) 생태계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어 일자리를 창출하고 창조경제의 꽃을 피우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핵심 공약 아젠더다.
그런데 불행히도 꽃도 피기 전에 김종훈 미래부 장관 내정자가 사퇴하고 당초 공약 때보다 기능이 대폭 축소되었다. 대학 연구기능은 교육부에, 산업기능은 산업통상자원부로 찢어져 오히려 옛날 과학기술부의 70%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앞서 언급한 일부 언론들 지적대로 차라리 뜬구름 잡는 ‘창조경제’보단 ‘경제민주화’를 소신있게 밀고 나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정책은 누가봐도 한눈에 들어와야 하고 구체적일때 승수효과가 배가 된다. 경제민주화도 추상적이지만 지난 수십년간 다듬어져 오면서 국민들 피부로 더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공약집에도 경제민주화를 경제적 약자의 권익 보호, 공정거래관련법의 집행체계 개선, 대기업집단 총수일가의 불법 및 사익편취행위 근절, 기업지배구조 개선, 금산분리 강화로 요약하고 있다.
어찌됐든 요즘 ‘경제민주화’ 언급 횟수는 줄고 ‘창조경제’를 주문 외우듯 하는 청와대와 여당, 경제부처 장관들을 보면 매우 걱정스럽다. 창조경제를 한 목소리로 주창하고 있는 이유는 경제가 안좋아서 그런가 싶다. 경제민주화와 불경기는 상관이 없는 것이며 오히려 지난 대선때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가 정권과 대통령을 거머쥐게 한 일등공신 아닌가.
박근혜 정부는 어제 경제성장률 전망을 지난해 12월 3%에서 0.7% 낮은 2.3%로 잡았다. 민간연구소 등의 전망치보다 낮게 내놓으며 우리 경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새 정부는 추경예산 편성과 투자활성화 방안 등 가능한 한 모든 정책을 총동원해 대대적인 경기부양에 나설판인데 무슨 얼어 죽을 ‘경제민주화’냐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경제민주화는 대기업 투자활동을 옥죄는 것이 절대 아니다.
경기가 좋든 안좋든 경제민주화는 창조경제와 함께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된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일자리 창출을 견인하는 것은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가 두 축이기 때문이다. 소득양극화와 불균형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대기업들의 일감몰아주기와 총수일가의 세금없는 편법 대물림, 골목상권 침범 등은 이미 도를 넘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도 이스라엘의 요즈마 펀드 회장을 불러 창조경제에 대한 특강을 들었듯이 경제민주화 대가인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전문가들의 말을 귀담아 다시 들어야한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은 선택보단 집중을 할 시간이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 말이다. 지금은 곡언을 하는 간신을 멀리하고 직언을 하는 충신을 등용하는 인사가 만사다. 반대의 경우는 망사(亡事)로 일자리 창출도 망치고 망국의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