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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악화에 대기업 '빨간불'… 비상경영체체 돌입

STX그룹, 한진해운, 대한항공, 포스코, LG디스플레이 등 대기업들이 미국과 유럽발 위기로 인해 3분기 실적이 크게 악화되면서 경영에 빨간 불이 들어오자 비상체제로 돌입했다.

이들 그룹들은 투자를 대폭 줄이고, 유상증자와 자산매각 등을 통해 자금 확보에 나섰으며, 임원 급여 반납에 희망퇴직까지 실시하며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 포스코, 실적 악화에 1조원 투자 유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보다 27.4%나 감소한 포스코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올해 국내외 설비투자를 1조원 가량 대폭 줄이기로 했다. 유럽 재정 위기와 미국 경제 침체 등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 위기와 원료가 상승에 따른 철강시황이 악화된 탓으로, 국내 주요 대기업 가운데 연초에 계획했던 투자 규모를 줄이겠다고 한 것은 포스코가 처음이었다.

올해 포스코는 철강시황 악화로 당초 예상한만큼 이익을 창출해내지 못해 현금이 줄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6조 원 가량이던 영업이익이 올해는 4조5000억 원대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지난해 7조 원대였던 현금성 자산도 올해 3조 원 수준으로 줄었다.

포스코는 세계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에 빠진데다 올해 상반기 철광석과 유연탄 등 원료값은 급등한 반면 철강가격은 올리지 못해 이익이 크게 줄어들었다. 또 환율이 급등으로 인해 수입 원료값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3분기 어닝쇼크에 투자 취소

TV와 스마트폰용 LCD 패널을 생산하는 LG디스플레이는 3분기에 분기 사상 최대인 5천억원에 육박하는 영업적자가 나는 '어닝쇼크'를 얻어맞고 LCD 분야에 신규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중국에 건립을 추진하던 LCD 공장도 재검토하기로 했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최고회계책임자(CFO) 부사장은 지난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강당에서 열린 3분기 실적설명회에서 "업계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앞으로 투자금 관리를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내년 상반기 이후에 LCD 분야 신규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특히 실적 발표 때마다 행사장에 나왔던 LG디스플레이의 권영수 사장이 이날 실적 발표장에 나타나지 않아 3분기 실적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LG디스플레이는 이날 3분기 분기 사상 최대 적자와 함께 4분기 연속 적자라는 좋지 않은 성적표도 함께 들게 됐다. 세계 경기가 좋지 않아 LG디스플레이가 적자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데다 LG전자의 휴대폰(MC)사업부도 이번 분기에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작년 2분기 이후 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 STX그룹, "M&A 안한다"

최근 재무구조를 둘러싸고 좋지 않은 소문에 시달리고 있는 STX는 M&A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악성루머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며 검찰에까지 고발하겠다고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21일 증권가에서는 STX 그룹이 유럽발 재정 위기로 인해 자금난에 시달린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로 인해 STX조선해양·STX팬오션 등 STX그룹의 5개 상장 기업 주가가 모두 한때 10% 이상 급락했다. 결국 이날 STX그룹의 지주회사격인 STX는 주가가 전일대비 5.07% 하락하면서 1만3천1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고, STX조선도 5.32%나 하락한 1만4천2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STX 양대 주력사인 조선사 STX조선해양과 해운사 STX팬오션은 최근들어 실적이 모두 좋지 않다. STX조선해양은 올 들어 9월까지 수주액이 연간 수주 목표액(128억달러)의 33%에 그쳤고, STX팬오션은 3분기(7~9월)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STX는 현재 시장의 재무구조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금융권과 공동으로 자본유치, 해외 투자자산 매각, 회사채 발행을 포함한 다양한 방법의 자금조달 계획을 진행 중이다. 그리고 내년 1월 만기 회사채 상환에 필요한 소요자금 2000억원을 지난 21일 산업은행 등이 참여해 성공적으로 마무리 한 바 있다.

또 현재 진행중인 해외 투자자산 매각을 내년 연초까지 마무리해 7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하고, STX에너지 자본 유치도 빠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1분기까지 조기에 마무리지어 6000억 원 규모의 자본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특히 해양플랜트 작업지원선 등 특수선 전문으로 건조하는 STX OSV 지분 매각 성사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현대중공업도 충북 음성의 태양광 모듈 공장을 올해 600MW(메가와트)에서 한국 최대 규모인 1GW(기가와트)로 증설하려던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회사 관계자는 "업황이 좋지 않은 태양광 산업에 돈을 쏟아붓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 한진그룹은 희망퇴직, 임원 급여 반납

국내 대표 운송업체들인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을 계열사로 둔 재계 10위 한진그룹은 대한항공, 한진해운 모두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려 초호황기를 보냈었다. 하지만 불과 1년만에 한진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은 미소를 감추고 본격적인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현재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고, 한진해운은 임원들의 급여 가운데 10%를 돌려받기로 했다. 하지만 작년에 초호황기를 보냈으면서 1년만에 상황이 어려워졌다고 이러한 조치를 내놓은 그룹에 대해 직원들의 반발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1위 해운업체인 한진해운은 해운 경기 불황으로 인해 최은영 회장, 김영민 사장 등 임원 51명이 이달부터 급여 10%를 내놓기로 했다. 한진해운은 해운 운임 하락과 고유가 등으로 지난 2분기 1703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해운 경기 불황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 당분간은 어려움이 계속될 전망이다. 현재 조선업계의 3분기 수주량도 2분기에 비해 반토막이 난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2천393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46.5% 감소했다. 당기순손실도 5천243억원으로 적자로 전환했다. 전체 매출은 국제 여객 수송 증가에 힘입어 작년 동기보다 소폭 늘었지만, 유가 급등으로 유류비가 작년 대비 33.9% 증가한 것 등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여기에 환율 상승까지 겹쳐 작년 동기 5천507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이 큰 폭의 적자로 돌아섰다.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은 경기 불황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경기 전망이 더 좋지 않고,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유가는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다 환율마저 급등해 외화부채가 늘어나면서 부채비율이 점점 커지자 경영이 더 악화되기 전에 이번에 선제 대응에 나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항공·해운업체는 항공기와 선박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부채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업종이다. 호황기를 보냈음에도 대한항공, 한진해운의 부채비율은 작년말 기준 각각 409.1%, 261.2%에 달했다. 올해는 실적이 악화되고 있어 부채비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부채비율이 높으면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아져 사업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