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높은 인플레이션과 주식·원자재 시장의 변동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미국 금융시스템에 주된 위험으로 부상했다고 9일(현지시간) 평가했다.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연준은 이날 내놓은 '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미국 국채 수익률의 급등과 전쟁으로 인한 원유시장의 혼란 등이 이미 부분적으로 금융시스템에 영향을 준 상황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가을 이후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과 지속적인 물가상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급격하게 변한 금융 상황을 반영한 첫 번째 보고서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연준은 미국 금융시스템이 받는 압박이 과거보다 심각하지는 않지만, 갑작스럽게 심각하게 악화할 위험은 평상시보다 큰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부터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더 심각하고 끈질기게 나타나고 있었다면서 인플레이션 전망의 불확실성이 금융시장 상태와 경제 활동에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준은 지난 6개월간 금융시장이 높은 변동성을 경험했으며 시장 유동성도 어느 정도 압박을 받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같은 기간 국채 수익률은 급격하게 올랐고 주가는 크게 하락했으며, 회사채 시장에서 국채와 회사채의 수익률 차이(크레디트 스프레드)는 상당히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올해 들어 16.3% 하락했으며, 나스닥 종합지수는 25.7% 떨어졌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올해 들어 2배 가까이로 상승했다.
연준은 시장 이코노미스트들과 시장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이제는 코로나19 대신 갑작스럽게 불투명해진 지정학적 환경이 금융시장을 위협하는 요소로 꼽혔다고 소개했다.
일부 응답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유럽과 신흥국들의 경제 불안이 미국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했다.
인플레이션과 기준금리 인상이 미국 내 경제활동과 자산 가격, 신용 상태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고 연준은 전했다.
연준은 기업들이 아직 건전한 재무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높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공급망 차질, 지정학적 분쟁이 기업 수익성에 미칠 영향은 아직 불투명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기업 수익성의 중대한 악화나 예상치 못한 급격한 금리 인상이 이뤄지면 일부 기업의 부채상환 능력이 축소될 수 있으며, 고유가가 유지되면 항공 같은 산업의 회복을 제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통신 인터뷰를 통해 연준이 앞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씩 두세 차례 인상한 뒤 경제와 인플레이션의 반응을 보고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한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스틱 총재는 그러나 지난주 연준이 0.5%포인트 금리 인상이라는 매우 공격적인 움직임을 이미 보였다면서 더 공격적인 필요는 없다고 말해 0.75%포인트 인상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