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업장 퇴직연금 의무화 단계적 도입 합의… '수익률 저조' 고질병 타파 노려
-영세 기업 재정 부담 완화 및 플랫폼 노동자 사각지대 해소는 여전한 과제
노사정이 모든 사업장에 퇴직연금 도입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기금형 퇴직연금’을 본격 도입하기로 합의하면서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 20년 만에 전환점을 맞았다.
모든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 의무화와 전문 수탁법인이 자금을 굴리는 ‘기금형 퇴직연금’의 본격 도입이다.
430조 원 규모로 불어난 퇴직연금 시장이 단순 적립을 넘어 실질적인 노후 자산 증식 수단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퇴직연금 기능 강화를 위한 노사정 태스크포스(TF)’는 6일 모든 사업장에 퇴직연금 도입(퇴직급여의 사외적립)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확정기여형(DC형)에 기금형 퇴직연금을 추가하는 내용의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 ‘임금체불 40%’ 퇴직금의 한계… 사외적립 의무화로 정면 돌파
이번 합의의 일차적 목표는 ‘노동자의 돈’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다.
현재 임금체불액의 약 40%가 퇴직금에서 발생할 만큼, 기업 내부에 쌓아두는 퇴직금 제도는 기업 도산 시 노동자에게 큰 피해를 준다. 특히 300인 이상 대기업의 도입률은 92%에 달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10.6%에 불과했다.
노사정은 단계적 의무화를 통해 퇴직급여를 외부 금융기관에 예치(사외적립)하도록 강제함으로써 ‘체불 리스크’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구상이다.
▲ ‘2% 수익률’ 늪 빠진 퇴직연금, ‘기금형 메기 효과' 기대
퇴직연금의 또 다른 문제는 저조한 수익률이다. 연평균 2%대에 머무는 수익률로는 실질적인 노후소득 보장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노사정이 기금형 퇴직연금을 선택지로 추가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전문 운용 역량을 갖춘 수탁법인이 퇴직연금을 통합 운용하고, 그 수익을 가입자에게 배분하는 구조다.
기존 금융기관 중심의 퇴직연금 시장에 경쟁을 촉진하는 ‘메기’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 ‘일시불 폐지·강제 기금화’ 오해 불식이 관건
다만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둘러싼 우려도 적지 않다.
일시불 수령이 폐지되거나 기금형이 전면 강제될 것이라는 오해가 확산됐고, 국민연금 운용 방식과 연계한 불신도 제기됐다.
최근 국민연금이 환율 방어용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퇴직연금 기금화 반대’ 국민청원이 1만명을 넘기기도 했다.
이에 노사정은 합의문에 “수탁법인은 오직 가입자의 이익만을 위해 기금을 운용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했다.
또한 ‘일시금 수령 폐지’ 설에 대해서도 근로자의 선택권을 기존처럼 보장하겠다고 명확히 선을 그으며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 제재 없는 의무화…중소기업 이행력 확보가 과제
퇴직연금 도입 의무화와 관련해 과태료나 이행강제금 등 구체적인 제재 수단이 아직 명시되지 않은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제도 취지와 달리 영세·중소기업의 참여가 저조할 경우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고용노동부는 영세·중소기업 실태 조사를 신속히 진행한 뒤, 이를 토대로 재정 지원 등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 노동계 환영 속 사각지대 해소 요구
노동계는 퇴직급여 사외적립 의무화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반복돼 온 퇴직금 체불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다.
다만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1년 미만 근속 노동자 등 퇴직연금 사각지대 해소는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
노동계는 기금형 퇴직연금 운영 과정에서 노동자의 실질적 참여와 통제가 제도적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제학과 교수는 "퇴직연금 의무화는 내부 운용자금을 사외 적립하도록 하는 것이어서 사업비와 대출 이자율 등이 중소기업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단계적이라도 현시점에서 기업 부담은 여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내부 사정상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못하는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관건이 될 것"이라며 "기금형 도입은 기존 금융기관의 반발을 완화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기금형 수탁법인의 지배구조를 어떻게 설계하여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느냐가 수익률 제고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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