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1.2점 감점'의 무게… HD현대중공업, KDDX 수주 사활 건 법정 공방

김영 기자
'1.2점 감점'의 무게… HD현대중공업, KDDX 수주 사활 건 법정 공방
©연합뉴스

 

HD현대중공업이 방위사업청의 보안감점 연장 조처에 반발해 제기한 가처분 신청 심문에서 1.2점의 감점이 수주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효력 정지를 요청했다. 방사청은 군사기밀 유출 판결 시점이 다른 점을 근거로 감점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정당한 행정 조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이 방위사업청을 상대로 제기한 보안감점 연장 조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심문에서 1.2점의 감점 폭이 수주 당락을 결정짓는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 심리로 열린 이번 기일에서 HD현대중공업 측은 방사청의 규정 해석 변경이 자사에 치명적인 불이익을 초래한다고 항변했다. 방사청은 군사기밀 유출 사건의 판결 확정 시점이 상이한 점을 들어 감점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법령과 규정에 부합하는 정당한 행정 조처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HD현대중공업은 과거 방산 입찰 사례를 근거로 내세우며 1점 미만의 점수 차이로 사업자가 결정되는 시장 구조에서 1.2점 감점은 사실상의 배제 조처와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대리인은 "종전 입찰 결과를 분석하면 소수점 단위의 점수 차로 승패가 갈렸으며, 이번 연장 조처로 부과된 1.2점 감점은 특정 업체에 반사 이익을 주는 불공정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 측은 이러한 경쟁 제한적 조처가 결국 공공 조달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국민의 세금 부담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을 재판부에 호소했다.

이번 법정 공방의 시발점은 HD현대중공업 임직원들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과 관련한 군사기밀을 조직적으로 촬영하고 유출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건에서 비롯됐다. 총 9명의 관계자가 기소된 가운데 8명은 지난 2022년 11월에 형이 확정되었으나, 나머지 1명에 대한 판결은 1년 뒤인 2023년 12월에야 최종 확정되었다. 방사청은 당초 이들의 범행을 하나의 사건으로 간주하여 2022년 11월부터 3년간 보안감점을 적용할 계획이었으나 이후 행정적 판단을 수정했다.

방위사업청은 판결 확정 시점이 다른 피고인들에 대해 각각의 감점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행정의 일관성과 법치주의 원칙에 부합한다는 논리를 전개했다. 기존 1.8점의 감점은 2022년 판결 확정분을 반영한 것이며, 이번에 추가된 1.2점의 감점 연장은 2023년 말에 확정된 마지막 1명의 판결에 따른 별개의 행정 처분이라는 설명이다. 방사청 대리인은 "먼저 확정된 8명의 판결과 나중에 확정된 1명의 판결을 별개 사건으로 보고 그에 따라 감점을 적용하는 것은 규정 해석상 타당한 범위 내의 결정이다"라고 진술했다.

수주 경쟁자인 한화오션 역시 보조참가인 자격으로 법정에 출석하여 방사청의 감점 연장 조처가 방산 시장의 질서 확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한화오션 측은 "두 판결은 수사 과정에서 증거가 동시에 발견되어 공소가 제기되었을 뿐, 실질적으로는 별개의 범죄 행위에 관한 것"이라며 감점의 개별 적용이 당연하다는 논거를 제시했다. 이는 군사기밀 보호라는 엄중한 국가적 과제 앞에서 보안 사고에 대한 엄격한 책임 추궁이 시장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필수 요건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기업의 방어권 행사와 별개로 국가 안보와 직결된 방산 사업에서 도덕적 해이를 엄단해야 한다는 보수적 시장 질서 유지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보안 규정 위반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반복될 경우 방위산업 전반의 대외 신인도가 하락하고 국가 핵심 기술의 유출을 막을 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시장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법을 준수하는 기업이 역차별받지 않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장기적인 산업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재판부는 이번 가처분 신청의 핵심 쟁점이 방사청의 행정적 재량권 일탈 여부와 신뢰보호 원칙 위반 여부에 있다고 판단하며 신중한 접근을 예고했다. 이상훈 부장판사는 "결국 채무자인 방사청의 규정 해석이 재량권과 신뢰보호 법칙을 벗어났는지가 이번 심리의 본질적인 쟁점이 될 것"이라며 양측의 법리적 주장을 검토할 뜻을 밝혔다. 재판부는 양측의 추가 서면 검토 등을 거쳐 오는 6월 9일 이전까지 가처분 인용 또는 기각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법원의 결정 결과에 따라 수조 원 규모에 달하는 KDDX 사업의 향방은 물론 국내 방산업계의 수주 지형도가 근본적으로 뒤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경우 HD현대중공업은 감점 굴레에서 벗어나 한화오션과 대등한 조건에서 경쟁을 이어갈 수 있게 되지만, 기각될 경우 상당한 점수 차를 극복해야 하는 험로가 예상된다. 방산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판결이 향후 방산 입찰 시스템의 보안 사고 대응 가이드라인을 정립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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