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의 날’이 올해 20돌을 맞았다. 어제 오후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 2층 대강당에서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가 주관하고 국토해양부가 후원하는 ‘건설의 날’ 행사가 ‘자랑스러운 건설인! No1'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온 건설인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건설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활발한 논의가 오갔다. 이날 행사에는 정운찬 국무총리,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등 정부 인사, 건설단체장과 건설업체 대표 및 임직원, 유관단체장 등 1천30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이번 건설의 날 행사에서는 위기 속에서 건설산업의 활로를 찾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오가 관계자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와 관련 권홍사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장은 기념사를 통해 “절박한 곳에서 생존을 도모한다는 ‘절처구생(絶處求生)’의 철학으로 재무장해 세계 건설시장에 진출해야 한다”고 말해 건설산업 선진화를 위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이에 건설의 날을 기점으로 미증유의 주택경기침체 속에 건설산업 선진화를 위한 방안은 어떤 것이 있는지 행사에 참여한 관계자들과 전문가들 의견을 토대로 정리해봤다.
◆ 뼈를 깎는 자구노력만이 ‘살길’
이날 행사에 참여한 건설업계 종사자들은 미증유의 주택경기 침체 속에서 시름하는 모습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장기적인 경기침체의 단초를 제공해 대내외적으로는 국내 건설업을 더욱 옥죄며 시장을 압박하고 있는 형국이다. 또 최근에는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건설사들의 3차 구조조정이 강행되며 3차례에 걸쳐 모두 52개사가 구조조정 되는 시련의 날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관계자들은 주택경기 시장이 장기조정 국면으로 접어들며 고난의 행군이 지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민간 건설경기 침체의 여파로 사업 수익성이 현저히 떨어졌고 중소건설업체나 하도급업체가 고사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경기여건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권 회장은 “대형 건설사라 해도 상황은 매한가지”라며 “지금은 그야말로 어유부중(魚遊釜中·목숨이 붙어있다고 해도 오래가지 못한다)의 처지라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해 건설산업의 위기를 한 마디로 정리했다.
하지만 행사에 참석한 건설인들은 이런 위기 속에서도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통해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세계적인 금융쇼크가 건설업의 위기를 촉발시켰지만 이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업계의 책임도 부정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경영 다각화와 시장 다변화, 구조조정을 통한 인건비 감축 등 건설업계의 자구노력이 선행 돼야만 작금의 시련을 극복할 수 있다”라며 “이번 행사의 주제가 ‘자랑스러운 건설인! No1'인 이유는 시련 속에서도 건설산업의 선진화를 이룩할 국내 건설인들의 역량을 고취시키기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 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세계…‘코드그린’도모해야
한편 이번 행사에서는 건설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패러다임’전환이 절실하다는데 의견이 일치했다.
이와 관련 에코플랜의 이진성 대표는 “지속가능한개발(ESSD)을 목표로 친환경 건설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라며 “인간이 생활환경을 보다 좋게 만들기 위해 개발하는 과정에 있어 자연을 파괴하게 되면 지하자원의 고갈이나 환경오염 등 오히려 인간의 생활환경을 더 나쁘게 하는 부정적인 요소를 수반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국 건설에서도 이전 세대로부터 물려받은 삶의 질을 보장하는 자산을 최소한 우리가 물려받은 수준으로 다음 세대에게 물려줘야한다”며 “이를 위해 건설업에서도 코드그린 붐이 일어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서는 저탄소·녹색 건설기술이 해답이라는 공론이 형성되며 건설강국에 걸맞은 기술 선진화에 힘써야 한다는데 의견이 일치했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에서는 녹색건설을 중심으로 신성장동력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세계 각국이 SOC에 녹색산업을 접목시켜 녹색을 통한 성장을 꾀하고 있기 때문에 선진기술을 통해 세계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가장 대표적인 녹색도시개발의 사례는 탄광도시에서 친환경 도시로 변화한 독일의 겔젠키르헨”이라며 “독일 분데스리가의 전통강호 ‘샬케04’의 연고지로써 잘 알려진 겔젠키르헨시(Gelsenkirchen)는 인구 26만 명의 작은 도시로서 기본계획부터 친환경을 실현해 막대한 성공을 거뒀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겔젠키르헨에서 볼 수 있듯 국내 건설 산업도 코드그린을 주제로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건설기술 선진화를 위해서는 정보통신(IT)기술과 건설기술의 접목을 통해 저탄소 공법 개발에 매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차세대 전력망 시스템으로 분류되는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와 같은 공법을 대폭 개발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절감할 수 있는 건축기술을 구축하는 것처럼 IT기술을 전폭 접목시켜 기술혁신을 이뤄야만 ‘코드그린’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가능하리라는 것이 행사에 참석한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 시장 다각화…전략적 경영으로 활로 모색
전환점에 직면한 건설업은 이제 새로운 경영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에서는 설계·시공 수준을 한 단계 높인 ‘글로벌 EC화’에 집중하는 한편 공격적인 경영 전략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건설업이 ‘한강의 기적’을 일궈내며 국내 경제 발전의 중추역할을 한 것에는 이견의 소지가 없다. 1962년부터 본격 시작된 경제개발계획 기간에 건설업은 전력, 수송, 용수 등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의 개발을 추진해 1970년대 고도 경제성장의 기반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설업이 고도 성장하는 동안 경제·사회 등의 급격한 환경 변화와 경영 혁신 과정에서의 치열한 생존 경쟁이 계속되며 국내 건설 투자규모가 줄고 건설업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하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중앙대 건축학과 이정형 교수는 “건설업이 국내에서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하락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국내외 건설공사 수주액은 총 181조원에 달하는 등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할 필요가 있다”라며 “하지만 이를 위해선 과거와 같은 묻지마 식의 수주가 아닌 글로벌EC화로의 경영 전환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글로벌EC화 전략이란 무한 경쟁 속에서 이를 위한 준비에 경영 역량을 집중시키는 것을 말한다.
세계시장에서는 건설업체들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계획에서부터 유지보수에 이르기까지 통합 정보화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설계, 엔지니어링 및 시공의 통합이 근간을 이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과거 국내 기업들의 EC화 의미는 해외 건설시장 진입 경쟁력 강화 목적에서 출발해 해외 건설시장에서 요구하는 발주자들의 발주 방식의 소화 역량을 키우기 위한 수단으로 국한됐다”라며 “하지만 글로벌 EC화는 좀 더 포괄적으로 국내나 해외 건설시장 진출과 무관하게 설계 및 시공 생산과 통합관리 기술과 역량을 갖춰야 함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즉 건설기업들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해외 시장을 공격적으로 개척하는 경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 이 교수의 부연설명이었다.
실례로 최근 현대건설은 11억3000만 달러 규모의 쿠웨이트 부비안 항만공사를 따내며 인프라 구축사업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건설의 김웅석 차장은 “단순히 해외 건설시장을 개척하고 물량을 수주하는 것에서 벗어나 인프라 사업, SOC사업 등 선진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는데 힘쓴 결과”라며 “국내 건설시장에서 벗어나 이머징 마켓을 적극 공략함으로써 시장 다각화를 도모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우림건설 또한 개발 요충지인 카자흐스탄과 건설분야의 협력을 강화하며 인프라 구축 사업 수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와 관련 김진호 우림건설 총괄사장은 “한국은 단기간에 국가 인프라를 구축한 기술력이 있는 만큼 해외 개발 요충지가 필요로 하는 각종 도시기반 시설 구축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라며 “건설산업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기술 및 경영전략이 통합돼야만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밝힌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