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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의 연속 ‘불의 고리' 우려 확산

[재경일보 이예원 기자] = ‘불의 고리'(Ring of fire)로 불리는 환태평양지진대에서 강진이 잇따라 발생해 관련국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6시32분께 남미 칠레에서 규모 6.6의 지진이 발생한 데 이어 다음날인 24일 오전 3시20분께 미 캘리포니아 북부지역에서 규모 6.0, 같은 날 오후 6시21분께 페루 남 지역에서 규모 6.9의 강진이 각각 잇따랐다.

“불의고리” 는 태평양 주변, 즉 뉴질랜드-필리핀-일본에서 알류샨열도와 알래스카를 지나, 북중미과 안데스산맥을 둘러싸고 있는 반지모양의 환태평양조산대를 가리키며, 화산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이렇게 불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불의 고리는 화산을 일컫는 것이지만, 이 곳을 따라서 지진도 함께 일어난다.

환태평양지진대는 태평양판, 후앙드푸카, 코코스판, 나즈카판 등의 해양판들이 호주판, 유라시아판, 북미판, 캐리비안판, 남미판 등의 대륙판과 충돌하는 판 경계부이며, 전 세계 지진의 90% 이상이 이 지역에서 발생한다.

일부 전문가는 칠레,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페루에서 이틀 사이 차례로 규모 6.0 이상의 강진이 잇따라 발생한 점을 거론하며 50년마다 대지진이 되풀이된다는 이른바 ‘50년 주기설’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칠레-페루와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지역이 서로 다른 남미판과 북미판에 속한다는 점, 지진관측기록이 100년 남짓에 불과하다는 점과 이들 지역에서 일어나는 지진 발생의 메커니즘이 다르기 때문에, 일정한 주기를 갖는다고 설명하기에는 과학적 증거가 필요하다.

1906년 북부 캘리포니아는 규모 8.3의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으로 3천여 명이 목숨을 잃고 30만명의 이재민 발생하는 등 큰 피해를 겪은 적이 있다.  

또 1989년 10월에도 이 지역의 두 프로야구팀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월드시리즈를 벌이는 기간에 규모 6.9의 '로마 프리에타' 지진이 발생해 베이브리지가 일부 붕괴되기도 했다.

칠레의 경우 1960년 규모 9.5의 지구 지진관측사상 유래 없는 초대형 지진이 발생하고, 인근 안데스산지에 땅이 갈라지면서 화산폭발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번 지진으로 칠레와 페루의 지진피해는 크지 않지만 캘리포니아 베이 지역에선 100명 이상이 다치고 최대 10억달러(약 1조원) 규모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북북동으로 약 50km 떨어진 지점에서 발생한 이번 지진은 약 60명이 숨진 1989년 규모 6.9의 지진 이후 25년 만에 최대 규모다.

이번 지진으로 현재까지 약 120명이 다쳤으며 일부는 입원 중이라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와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중 중상자는 3명이며 떨어지는 벽난로 조각에 맞아 다친 어린이 역시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샌프란시스코 광역권 곳곳에서 전력과 수도 공급이 끊기고 도로 신호등이 꺼졌으며 이로 인해 현재까지도 약 1만 가구가 정전, 600가구가 단수를 각각 겪고 있다.

지진은 지구를 이루고 있는 조각조각 나 있는 판이 서로 다른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생기게 된다. 특히 불의고리는 그 판의 경계부에 있어, 이 판의 경계부에서 자주 일어나게 된다.

한편, 우리나라가 속한 유라시아판은 인도판과 태평양판의 충돌로 동서 압축력을 받고 있고, 이곳에서 발생하는 지진에너지는 대부분 일본열도에서 소모되고 있다. 또 일본 지진전문가들은 향후 30년 이내에 일본 동경 서남쪽의 토카이해역에 대지진이 일어날 확률이 95% 이상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불의고리인 판경계부에서 벗어난 판의 연변부에 속해 있어 판경계부에 있는 일본에 비해 훨씬 안전하지만, 중국과 일본의 보호막을 넘어 잔여 지진에너지가 우리나라로 차곡차곡 축적되고 있어, 결코 지진 안전지대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또 우리나라에서 지진계로 지진을 처음으로 관측한 시기는 1905년으로써, 불과 110년밖에 되지 않는다. 또 과거의 역사지진 기록도 주로 인구가 밀집된 지역에 편중되어 있어,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주기성에 대한 뚜렷한 연구 결과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실정이다.

통계청 전망에 따르면 2014년 우리나라 전기 에너지원의 36.6%를 원자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지진재해에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동안 안전불감증으로 대형 참사를 겪어 온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지진재해와 방재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을 재고하고, 학교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국내 전문가 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