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비료 수출 급감으로 비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세계 식량 위기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지난해 중국 등의 수출 통제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비룟값이 이미 상승세를 탄 상태에서 세계 최대 비료 생산국인 러시아의 수출을 막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비료 수급난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원자재시장 분석업체인 CRU그룹에 따르면 비료 가격은 러시아의 침공 이후 수출항이 막히면서 역대 최고가 수준까지 치솟았다.
아르헨티나 농부인 오마르 베체타는 2020년 t당 500달러 수준이었던 요소 가격이 지난해 800달러대로 오른 데 이어 현재는 1400달러 선까지 급등했다고 한숨지었다.
코트디부아르 농부인 파우스틴 로후리 비 트라도 지난 9개월간 요소 가격이 네 배나 올랐다면서 마치 공포영화를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고 토로했다.
러시아는 전 세계 비료 공급량의 약 15%를 책임져 온 세계 최대 비료 수출국이다.
특히 비료 주요 성분인 탄산칼륨의 경우 러시아, 그리고 러시아와 함께 제재 대상인 벨라루스가 작년 전 세계 수출량의 40%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료생산에 필수적인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유럽의 비료생산이 감소한 것도 비룟값 급등을 부추겼다.
유럽 비료업체들은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질소비료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암모늄 생산량을 줄인 상태이다.
유럽의 대형 비료생산업체인 보레알리스는 암모늄 감산에 들어갔으며, 헝가리의 니트로겐무벡은 암모늄 생산을 잠정 중단했다.
노르웨이의 야라 인터내셔널은 지난달 프랑스와 이탈리아 공장의 생산량을 줄였다면서 현재 암모늄과 요소 생산량이 설비 능력의 45%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WSJ은 이처럼 공급이 급감하면서 전반적으로 비료 가격이 2020년보다 약 서너 배 급등해 농가 수입과 농업 생산량, 식품 가격이 모두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비료 부족이 곡물 경작면적과 생산량 감소로 이어지면 각국이 곡물 수입을 늘릴 수밖에 없지만, 곡물 가격 역시 역대 최고 수준이어서 개발도상국들의 고통이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
인도주의 단체와 개발단체의 모임인 '식량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네트워크'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이거나 절박하게 식량 확보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태에 빠진 사람이 42개국 1억6천100만명으로 연초보다 19%나 늘어났다.
국제농업개발기금(IFAD)의 길버트 호응보 총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주 식량의 가격 급등을 감당할 수 없는 시골 지역에 사는 세계 최빈민들의 비극으로 이어질 것에 대해 심각히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