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역사적 가치를 훼손하는 기업과 방송사의 실책이 잇따르며 국가적 정체성 보존을 위한 검증 시스템 재구축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이벤트와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의 고증 오류는 단순한 실무적 과실을 넘어 조직 내 역사 인식의 총체적 부재를 드러냈다. 이번 사태는 소비자의 거센 불매운동과 국회 국민동의청원 5만 명 돌파라는 전례 없는 사회적 반향으로 이어지며 민간 영역의 윤리적 책임론을 점화했다.
스타벅스코리아와 MBC 드라마 제작진이 보여준 역사 인식 부재 논란은 우리 사회의 문화적 문해력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음을 방증한다. 스타벅스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에 맞춰 계엄군 탱크 투입을 연상시키는 마케팅을 강행했으며, MBC는 자주국의 격식을 파괴한 복식 설정으로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다. 두 사례 모두 수많은 결재 라인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내부 검증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전문가들은 자본의 논리에 매몰되어 역사적 사실과 사회적 민감성을 도외시한 결과가 기업과 브랜드 신뢰도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고 분석한다.
스타벅스코리아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에 '탱크 텀블러 시리즈'를 출시하며 과거 국가폭력의 상징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무리수를 두었다. 특히 '탱크데이'와 '책상에 탁' 등 고문치사 사건과 계엄군 투입을 희화화하는 듯한 문구는 민주주의의 보편적 가치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직접 고개를 숙이며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으나, 광화문광장 등지에서는 시민단체들의 탱크데이 불매운동 전국화 선언이 이어지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이는 기업이 추구해야 할 ESG 경영의 핵심인 사회적 책임이 결여된 전형적인 사례로 꼽힌다.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은 대한제국을 배경으로 설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제후국의 예법을 무분별하게 적용하여 21세기 대군부인 왜곡 논란을 자초했다. 즉위식 장면에서 황제가 사용하는 십이면류관 대신 제후의 구류면류관을 착용하고 신하들이 '천세'를 외친 설정은 국가적 자존심을 훼손하고 동북공정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해당 장면은 비판 직후 삭제되었으나 방영 중단 및 콘텐츠 폐기를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나흘 만에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며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시청자들은 단순한 창작의 자유를 넘어선 역사적 무지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고 있다.
학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우발적 실수가 아닌 구조적인 사회적 민감성 결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주진오 상명대 명예교수는 "역사의 희생자들을 조롱하고 혐오를 드러내는 것을 마케팅 수단으로 삼는 것은 결코 허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희송 전남대 교수는 국가폭력에 희생된 시민과 기념일을 희화화하는 행위가 민주주의와 인권에 관한 보편적 가치의 문제임을 지적했다. 고운기 한양대 교수는 스토리상의 설정과 사실의 설정을 명확히 구분해야 하며, 팩트가 어긋난 설정은 콘텐츠의 리얼리티를 근본적으로 파괴한다고 비판했다.
역사 인식 부재로 인한 논란은 과거 무신사의 광고 문구와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의 폐지 사례에서 보듯 산업계 전반의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 잡았다. 2024년 세월호 참사 10주기에 맞춘 스타벅스의 신제품 출시 역시 최근 재소환되며 기업의 사회적 민감성 부족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는 실무진의 개인적 실수를 넘어 기업 내부의 리스크 관리 체계가 사실상 마비된 상태임을 방증하는 지표다. 반복되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는 제작 및 마케팅 환경은 대중의 피로도와 불신을 극대화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타벅스 내부의 마케팅 기획 및 승인 과정에서 단 한 차례의 문제 제기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전상진 신세계그룹 부사장은 실무자의 과실을 넘어 내부의 역사적 민감성 부재와 마케팅 검증 및 리스크관리체계에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공식 인정했다. 이는 다단계의 결재 라인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민감한 상징이나 키워드를 걸러내는 필터링 기능이 조직 내에서 전혀 작동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조직 구성원 전체의 역사적 소양 부족이 기업의 명성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초경쟁 시대의 기업 경영에 있어 브랜드 가치 제고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는 고객과의 신뢰 유지 및 사회적 책임 이행이다. 이영애 인천대 교수는 역사적 사실이 국민 정서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지 못한 채 키워드만 가져와 매출 수단으로 활용하는 접근은 매우 편협하다고 꼬집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사회적 민감성을 ESG 경영의 핵심 영역으로 규정하며, 모든 대외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윤리경영위원회와 같은 사전 검토 장치를 두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업의 투명성이 커진 만큼 이전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윤리 기준 적용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콘텐츠 제작 현장의 열악한 고증 환경과 구조적 한계 역시 역사 왜곡 논란을 반복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최태성 한국사 강사는 배우들의 고액 출연료에 비해 역사 고증에 투입되는 비용과 시간은 지나치게 경시되고 있는 현실을 강력히 비판했다. 신유아 인천대 교수는 작가 개인이 고증 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운 현실적 문제를 지적하며, 국가 차원의 무료 고증 지원 센터 설립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방송 편성이 확정된 이후에는 스토리 수정이 어렵기 때문에 기획 초기 단계부터 촘촘한 검증 절차를 제도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일각에서는 창작의 자유와 상상력의 영역이 과도한 검증 잣대로 인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가상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물에서 모든 역사적 요소를 엄격한 팩트에 맞추는 것은 창작자의 표현 의지를 제한할 소지가 있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는 국가폭력 희화화나 명백한 역사적 사실의 오류는 창작의 자유라는 방패 뒤에 숨을 수 없는 영역이라고 반박한다. 허구의 설정이라 할지라도 보편적 인권과 국가적 정체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균형 감각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향후 기업과 방송가는 사후 약방문식 사과에서 벗어나 이중·삼중의 상시적 콘텐츠 고증 시스템 강화를 제도화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되었다. 역사적 맥락이나 사회적 상징을 사전 검토할 수 있는 전문가 풀을 상설 운용하고 디지털 고증 자료 활용 체계를 구축하는 노력이 시급하다. 시민 사회의 높아진 윤리 기준과 역사 인식을 충족하지 못하는 콘텐츠는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음을 이번 사태는 명확히 보여주었다. 지속 가능한 경영과 창작을 위해서는 단순한 수익 창출을 넘어선 사회적 가치에 대한 깊은 성찰이 선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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