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반복된 폭발 참사에 칼 빼든 수사당국, 한화에어로 본사·사업장 전격 압수수색

윤근일 기자
반복된 폭발 참사에 칼 빼든 수사당국, 한화에어로 본사·사업장 전격 압수수색
©연합뉴스

 

수사당국이 7명의 사상자를 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폭발 사고와 관련해 서울 본사와 대전사업장을 대상으로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규명하기 위한 조치로, 과거 반복된 인명 사고에 대한 재발 방지책 이행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경찰과 고용노동부가 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폭발 사고의 원인 규명을 위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단행하며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대전경찰청 수사전담팀과 고용노동부 대전고용노동청은 서울 본사와 대전사업장, 대전 R&D 캠퍼스 등 주요 거점에 수사 인력을 투입하여 관련 자료 확보에 나섰다. 이번 조치는 사고 발생 사흘 만에 이루어진 것으로, 기업의 안전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임박했음을 시사한다.

수사 현장에는 경찰관 34명과 노동부 근로감독관 20명 등 총 54명의 대규모 인력이 투입되어 증거 확보에 주력했다. 수사팀은 사고가 발생한 추진제 세척 작업공정의 세부 절차서와 도면, 그리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관련 문건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특히 현장의 안전 조치가 관련 법령에 따라 충분히 이루어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결재 라인상의 모든 기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당국은 이번 사고가 과거 발생했던 유사 사고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기업의 책임 소재를 엄중히 따질 방침이다. 지난 2018년과 2019년에도 동일 사업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각각 5명과 3명이 사망하는 비극이 되풀이된 바 있다. 노동부와 경찰은 과거 사고 이후 사측이 공언했던 재발 방지 대책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했는지, 아니면 형식적인 절차에 그쳤는지를 정밀 검증하고 있다.

폭발 당시의 상황을 재구성하기 위한 디지털 증거 확보 작업도 병행하고 있으나 현장 여건상 난항이 예상된다. 사고가 발생한 세척공실 내부에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어, 수사팀은 건물 외부 CCTV 영상을 통해 간접적인 폭발 장면 확인에 주력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안전관리 부문을 총괄하는 조직이 R&D 캠퍼스에 위치해 있어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했다"며 "서울 본사 등 상위 결재 라인에서의 안전 관련 의사결정 과정을 면밀히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법당국은 이번 사고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으로 보고 법 위반 사항이 발견될 경우 엄정 대응하겠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대전노동청 관계자는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증거를 바탕으로 폭발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근본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겠다"며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이 확인될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부는 현재 20여 명 규모의 수사 전담팀을 별도로 구성해 운영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사고 발생 이후 출범 이래 처음으로 전사적인 조업 중단 결정을 내리며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다. 사측은 생산 라인을 일시 중단하고 특별 안전 점검과 함께 공정 자동화 등 추가적인 안전 대책 마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반복되는 인명 사고에 대한 사회적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어, 기업의 신뢰도 하락과 법적 책임 회피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장 질서와 법치주의 관점에서 이번 수사는 기업의 안전 투자 비용이 사고 처리 비용보다 효율적이라는 경각심을 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 안전관리 의무를 소홀히 하여 반복적인 인명 피해를 야기하는 행위는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수사당국은 확보한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관련자들을 소환하여 안전 관리 소홀 여부를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경영진에 대한 사법 처리 수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국내 방위산업 전반의 안전 표준을 재정립하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유가족과 시민사회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수사당국은 데이터와 증거에 기반한 무결성 있는 수사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기업은 단순한 조업 중단을 넘어 현장 안전 시스템의 근본적인 혁신을 통해 재발 가능성을 원천 차단해야 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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