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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서킷브레이커 발동과 반도체 피크아웃 공포, 외국인 70조 원 투매에 증시 9% 폭락

코스피 서킷브레이커 발동과 반도체 피크아웃 공포, 외국인 70조 원 투매에 증시 9% 폭락
코스피 서킷브레이커 발동과 반도체 피크아웃 공포, 외국인 70조 원 투매에 증시 9% 폭락(Photo : 연합뉴스)

글로벌 반도체 업황의 정점 통과 우려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겹치며 코스피 지수가 장중 9% 가까이 폭락해 올해 세 번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지 불과 3거래일 만에 16.69% 급락했으며, 외국인 투자자들은 21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지속하며 총 70조 2,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회수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기 과열에 따른 가파른 조정으로 규정하면서도 향후 발표될 미국 물가 지표에 따라 추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 증시의 핵심 축인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실적 정점 통과 논란이 확산되면서 코스피 지수가 심리적 지지선을 잃고 무너져 내렸다. 8일 오전 10시 49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54.65포인트 내린 7,605.94를 기록하며 시장에 충격을 던졌다. 지수는 개장 직후부터 낙폭을 키워 한때 8.80% 하락한 7,442.73까지 밀려나며 투자 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개장 직후 매도세가 빗발치며 올해 들어 세 번째이자 역대 아홉 번째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어 20분간 매매가 중단됐다. 거래 재개 이후에도 코스피200 선물지수가 6% 이상 하락세를 멈추지 않자 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을 일시 중단하는 매도 사이드카까지 추가로 발동됐다. 코스닥 시장 역시 6%대 급락세를 보이며 1,000선 아래로 밀려나 중소형주 전반에 걸친 투매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번 폭락의 도화선은 미국 고용 지표의 예상 밖 호조에 따른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기조 연장 우려가 당겨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5일 발표된 미국 5월 비농업 일자리는 17만 2,000명 증가하여 시장 예상치인 8만 명을 두 배 이상 웃돌며 금리 인상 명분을 제공했다. 견조한 고용 시장은 인플레이션 압박을 지속시켜 기술주들의 자금 조달 비용 상승과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공포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인공지능 산업의 핵심인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우려도 글로벌 증시 동반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브로드컴의 실적 발표 이후 반도체 업황이 고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뉴욕 증시에서 10.26% 폭락 마감했다. 빅테크 기업들이 막대한 채권 발행을 통해 진행해 온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가 금리 상승 시 국면에서 속도 조절에 들어갈 것이라는 비관론이 힘을 얻는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한국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며 글로벌 자산 배분 전략의 급격한 수정을 시사하고 있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와 대만 가권지수가 각각 4.41%와 4.97% 하락하며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타격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홍콩 항셍지수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하며 아시아 전역이 미국발 긴축 공포의 사정권에 들어섰음을 증명했다.

한국 증시가 유독 취약한 모습을 보인 이유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특정 대형주에 쏠린 수급 불균형과 단기 과열에 따른 차익 실현 욕구 때문이다. 코스피는 지난 4월 초 이후 지난주까지 60% 넘게 급등하며 밸류에이션 부담이 가중된 상태에서 악재를 맞이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수가 7,000선을 돌파한 지난달 초부터 이날까지 21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하며 차익 실현에 열을 올렸다.

환율 급등에 따른 외화 유출 가속화는 외국인의 매도 강도를 더욱 높이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연준의 금리 인상 시점 조기화 우려 속에 1,500원대 중반까지 치솟으며 환차손을 우려한 자금 이탈을 부채질했다. 대규모 순매도로 인한 외화 유출이 다시 환율 상승을 압박하는 구조가 정착되면서 국내 금융 시장의 변동성은 통제 불능 수준으로 치달았다.

다만 증권가 일각에서는 현재의 지수 수준이 과거 금융위기 당시의 저평가 구간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기계적 매도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코스피 7,000선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 기준으로 6.71배 수준이며,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기록한 6.27배에 근접한 수치다. 시장의 펀더멘털 훼손보다는 수급 악화에 의한 과매도 구간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례적인 쏠림 현상 속에서 상승을 주도했던 반도체와 가전 등 인공지능 밸류체인 관련주들이 변동성의 중심에 서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향후 1~2주간의 극심한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매도 실익은 없다고 판단되며 오히려 이를 매집의 기회로 삼거나 버티기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유효하다"고 강조한다.

향후 증시의 향방은 오는 10일과 11일로 예정된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와 생산자물가지수 발표 결과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물가 지표가 시장의 예상치에 부합하거나 하회할 경우 증시는 빠르게 안정을 찾을 수 있으나, 반대의 경우 내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까지 불안정한 흐름이 지속될 수 있다. 투자자들은 6월 후반 시작될 2분기 실적 시즌 전까지 보수적인 관점에서 시장을 관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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