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부터 서울시에서 공공관리자제도를 본격적으로 시행했지만, 일선 현장에서 갖가지 문제점들이 속속 들어나며 제도 안착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당초 민간의 재건축·재개발사업에 만연돼 있는 비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사업초기부터 공공의 강력한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이유로 공공관리자제도를 도입했지만 아직 제도 정비가 완료되지 않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등 관련법과 상충된다는 논란이 등장하고 있는 것.
특히 조합설립추진위원회 당시 공공에 의해 선정된 정비업체가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승인 이후 지위를 승계 받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 정비업체 서울프로세스의 신태우 이사는 “공공관리자제도는 첫 단추인 정비업체 선정부터 잡음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공공관리자제도를 둘러싸고 전문가들이 전하는 가장 큰 쟁점은 추진위원회가 구성된 뒤 경쟁입찰로 선정하게 규정돼 있는 정비업체 및 건축사무소를 추진위단계에서 그대로 승계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공공관리자제도가 시범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일선 현장에서 토지등소유자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모습이다.
◆ 정비업체 선정은 어떻게하나
도시정비법에 따르면 정비업체 선정은 경쟁입찰의 방식에 의한다고 명확히 선을 그어놓았다. 일반경쟁입찰이란 일정한 자격을 가진 불특정 다수의 업체를 입찰에 참가하도록 하고 그 조건을 검토해 선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하지만 공공관리자제도가 시행되는 일부구역에서 도시정비법에 따른 정비업체 선정이 이뤄지지 않아 이 문제를 놓고 왈가왈부가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윤영현 변호사는 “공공관리자제도에서는 가칭 추진위원회와 정비업체, 구청 3자가 추진위원회 구성을 위한 동의서를 징구하게 된다”며 “일단 추진위원회가 구성되면 정비업체를 추인할 것인지 아니면 경쟁입찰할 것인지 추진위에게 위임된다고 하지만 도시정비법에 어긋날 소지가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공공관리자제도가 시행되는 현장에서 정비업체 선정이 현행 도시정비법에 정면으로 어긋나기 때문에 향후 업체 선정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이런 우려감이 일부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이 아니라는 점에서 공공관리자제도를 둘러싼 일선 관계자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모습이다.
◆ 형식만 경쟁입찰 될 수도
현행 공공관리자제도에 따르면 추진위원회 구성 뒤에는 추진위원회가 정비업체를 추인 혹은 경쟁입찰 할 수 있도록 돼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공공이 주민들에게 정비업체를 확인하는 행위 자체가 도시정비법 위반이지만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뒤에 정비업체를 추인하는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이와 관련 법무법인 그린의 배태민 변호사는 “정비업체를 임의로 선정한 것 외에도 추진위원회에서 추인의 형식으로 정비업체를 승계하게 되면 이 또한 도시정비법 위반 소지가 될 수 있다”고 전해 공공관리자제도가 도입 초기부터 암초를 만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해 강서구 등촌1 단독재건축구역 추진위원회가 새 정비업체를 추인하는 형식으로 선정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창립총회에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 선정의 건을 상정해 추인의 형식으로 정비업체를 선정했으나 명백한 도시정비법 위반이라는 비판에 직면한 뒤 업체 선정 무효결정을 받은 것.
이런 상황을 감안했을 때 공공관리자제도가 적용되는 구역에서도 정비업체 선정을 놓고 법적다툼이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편 현장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추진위원회 구성 뒤에 경쟁입찰의 방식으로 정비업체를 선정해도 문제”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특성상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선정된 정비업체가 사업을 위한 ‘로비’를 사전에 마무리 짓고 형식만 경쟁입찰의 방식을 빌려 협력업체로 선정될 공산이 다분한 것.
이와 관련 도시정비전문가 S씨는 “공공관리자제도의 도입취지는 이해하지만 정비업체 선정부터 승계 문제까지 일선 현장에서 갖은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라며 “서울시가 조속히 제도개선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소송대란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