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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8대책] 한발 늦은 대책… 가을 전세시장 잡기엔 역부족

[재경일보 김진수 기자] 정부가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을 맞아 내놓은 '8.18 전월세 안정방안'은 민간 임대사업을 장려해 부족한 임대주택 공급을 늘린다는 측면에서 대체로 올바른 방향의 정책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단기간에 공급량을 확 늘리거나 수요를 넓게 분산시키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미 들썩이는 가을 전세시장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관론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정치권에서 도입을 요구한 전월세 상한제 등 단기적으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극약처방'을 채택하지 않은 이상 더 빨리 대책을 내놓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이날 불거진 금융권의 신규 가계대출 중단 사태로 인해 전월세 대책의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민간 임대주택사업 장려…경기, 서울 노원·도봉 '혜택'

8.18 대책에서 가장 파격적인 방안은 수도권 민간 임대사업자의 세제 지원 요건을 현행 3가구 이상에서 1가구 이상으로 대폭 완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수도권에서 1가구 이상만 임대해도 양도세 중과 완화, 종부세 비과세, 법인세 추가 과세 면제 등의 혜택을 누릴뿐 아니라 임대사업자 본인이 거주하는 주택에 대해서도 양도세 비과세가 적용 가능하다.

부동산1번지 박원갑 연구소장은 "돈 있는 사람들은 집을 사서 임대사업을 하라는 강력한 신호로 여유자금을 가진 사람들을 끌어들여 전세시장과 매매시장을 동시에 잡겠다는 정책"이라며 "베이비부머나 은퇴자를 중심으로 집을 하나 더 사서 임대사업을 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여윳돈을 가진 1주택자가 집을 한 채 더 사고 싶어도 양도세 등의 세금 부담으로 투자를 꺼려왔는데 이번 대책으로 세금 부담이 크게 줄어든 만큼 추가로 주택을 사들여 임대사업에 나서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매입 임대사업자는 2009년 12월 3만4천151명에서 2010년 12월 3만4천537명으로 단 386명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올해 2월 세제 혜택 기준을 5가구에서 3가구로 1차 완화한 이후 6월 말 현재 3만6천793명으로 반년 만에 1천856명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IMF 외환위기 당시에도 세제 혜택 기준이 2가구였는데 이번에는 더욱 파격적인 조건으로 임대사업을 장려한 만큼 중장기적 공급 확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민간 임대사업의 세제 혜택 대상인 전용면적 149㎡ 이하, 가격 6억원 이하의 아파트는 경기도에 많고, 서울에서는 노원구와 도봉구 등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나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임대주택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114 조사결과 해당 조건을 만족하는 아파트는 전국에서 모두 620만6천308가구로 이 중 179만4천523가구가 경기도에 몰려 있다. 해당 아파트가 86만576가구인 서울에서는 노원구가 12만7천423가구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고 도봉구(5만8천307가구), 강서구(5만5천511가구), 성북구(5만3천607가구) 등 강북 지역이 뒤를 이었다.

◇ 가을 전세난 막기는 어려워 

하지만 공급확대 효과가 실제로 나타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당면한 이번 가을철 전세난 위기에 곧바로 효과를 발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박 소장은 "방향이 옳고 파격적인 내용이기는 한데 효과가 나타나려면 아무리 짧아도 3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고 했고, 부동산114 이다혜 연구원도 "공급 확대는 중장기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이번 가을 전세가격 상승 문제에 대해서는 효과가 다소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전월세 등 임대주택은 매매 주택과는 달리 누구나 최소한 갖추고 있어야 할 일종의 생필품이라는 점에서 단기적인 조절이 불가능해 이번 대책이 좀더 일찍 나왔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민간 임대주택은 보통 빌라, 다세대주택 등에 치우쳐 있는데 현재 전세난의 진원지는 아파트라는 점에서 초점을 잘못 맞춘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투데이 양지영 팀장은 "수요자들이 빌라나 다세대보다 위치와 기반시설이 편리한 아파트로 몰리기 때문에 아파트의 전세가격 상승률이 훨씬 높은 것이 현실"이라며 "임대사업 지원으로 전월세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전국의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해 말보다 10.4% 오른 반면 같은 기간 단독주택과 연립주택의 상승률은 각각 3%, 5%에 머물렀다.

소득세 과세를 한시적으로 배제하는 주택의 대상을 소형으로 한정한다는 정책도 한계라는 의견이 나온다.

박 소장은 "안그래도 중대형 주택은 아무도 안사려는 분위기인데 최소한 84㎡ 이상의 중형 주택까지 과세대상 배제 혜택을 주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또 여러 채의 주택을 보유한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은 사실상 다주택자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비난도 일각에서 나오지만 침체된 현 부동산 시장 상황과 미국발 금융불안 등의 현실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소장은 "당장 투자·투기 수요가 시장에 진입하기에는 대외 경제 변수에 따른 불안감이 크다"며 "5년 이상 임대사업을 해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라 무조건 다주택자에게 특혜를 준 것이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수요분산 대책 효과는 '엇갈린 반응'

공급 확대와 더불어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함께 역점을 둔 수요분산 대책의 효과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우선 생애 최초주택 구입자금의 금리를 연 5.2%에서 4.7%로 0.5%포인트 깎아주기로 했지만 그 정도로 전세수요가 매매로 전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 소장은 "0.5%의 금리 차이로 전셋집 거주자가 집을 사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시세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부동산 시장 전체 상황에서 매매 전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이 연구원은 "금리 인하로 전셋값 상승 부담이 커진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예상된다"며 실수요자들의 매매 전환 사례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6%대에 진입한 현재 여기에 비해 1.3%포인트나 저렴한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의 유혹을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준공 후 미분양이 많은 경기도 용인과 고양 등에서는 광역급행버스 노선이 확충됨으로써 서울 도심 주변에 몰린 전세 수요를 어느정도 분산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이 연구원은 "이들 지역은 다른 주거 인프라가 비교적 양호하기 때문에 서울의 핵심 업무지구와의 교통 연계만 조금 더 개선된다면 전세수요자 일부를 충분히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교통 여건 개선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에서 후속 계획을 최대한 빨리 수립해 추진하는 것이 급선무이고, 미분양 상품에 대한 추가 가격인하도 필요할 것으로 이 연구원은 진단했다.

이번 전월세 대책과는 별도로 같은 날 동시에 불거진 은행권의 신규 가계대출 전면 중단 사태가 전세시장에 미칠 악영향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장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만큼 기존 매매수요까지 거꾸로 전세시장에 유입됨으로써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전세난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세자금은 국민주택기금으로 나가기 때문에 금융권 조치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매매 위축에 따른 간접적 부작용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부동산114 이호연 과장은 "가계대출이 중단되면 매매 수요자의 자금확보 수단이 제한되는 셈"이라며 "전월세 시장을 안정화하려면 매매거래도 동시에 어느정도 소화가 돼야 하는데 대출 중단으로 그런 게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