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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억대 사기성 CP발행' 구본상 LIG 부회장 구속영장

[재경일보 이영진 기자] LIG그룹 오너 일가가 계열사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망해가는 LIG건설 명의로 1900억원대 기업어음(CP)을 발행한 것으로 검찰수사결과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윤석열 부장검사)는 25일 LIG 건설의 1900억원대 사기성 CP를 발행한 혐의(특정 경제범죄 가중 처벌법상 사기)로 구자원 LIG그룹 회장의 장남인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과 오춘석 ㈜LIG 대표이사, 정종오 전 LIG건설 경영지원본부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구 부회장 등은 지난 2010년 10월 이후부터 LIG건설의 재무상태가 나빠져 상환능력이 없고 지난해 2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LIG건설 명의로 총 1894억원 상당의 CP를 발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기성 CP 발행에 따른 피해자는 757명으로 파악됐다.

이는 금융감독원에서 사기 혐의가 있다고 본 CP 물량(242억원)의 7.8배다.

검찰은 그룹 오너 일가가 풋옵션 계약으로 LIG건설에 거액의 투자를 받으면서 담보로 제공한 LIG넥스원(25%), LIG손해보험(15.98%) 주식을 법정관리 전에 되찾기 위해 사기성 CP를 발행한 것으로 보고 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이들은 LIG그룹이 LIG건설의 법정관리 계획을 숨기고 CP를 발행하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LIG건설을 전폭 지원해 정상화하겠다'는 내용의 허위자료를 금융기관에 제출하고 LIG건설이 CP발행을 위해 분식회계를 하도록 주도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LIG건설이 부도나면 오너 일가 주식이 날아가 경영권이 박탈될 처지였다"며 "지주회사인 ㈜LIG가 사실상 컨트롤했고 그 대표인 구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만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말했다.

구자원 회장은 그룹 총수이지만 최대주주가 아니고 고령인 점, 장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점을 고려해 일단 영장 청구 대상에서 제외됐다. 구 회장의 차남인 구본엽 LIG건설 부사장도 같은 취지로 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은 구 부회장 일가가 2006년 LIG건설을 인수하면서 담보로 잡힌 주식을 법정관리 이전에 되찾아 경영권을 방어할 목적에 따라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사기성 CP를 발행해 일반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혔다고 보고 있어 최대주주인 구 부회장의 아버지 구자원 LIG그룹 회장과 동생 구본엽 LIG건설 부사장 등의 사법처리 가능성도 남아있다.

검찰 관계자도 "향후 수사추이에 따라 추가 영장 청구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검찰 조사결과, LIG건설의 상황이 어려워져 내부적으로 사실상 포기 상태였으나 투자자들이 담보권을 실행하면 계열사 경영권을 잃게 될까 봐 그룹 오너 일가가 무리하게 CP를 발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오너 일가는 '그룹 차원에서 LIG건설을 전폭 지원해 정상화하겠다'는 허위사실도 퍼트린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오너 일가는 LIG건설에 대해 법정관리를 신청한 직후 은행 대출금과 증자자금을 합쳐 1천800억원 상당을 마련해 담보로 맡긴 계열사 주식을 되찾아 왔다.

오너 일가는 LIG건설의 당기 순이익 조작 등을 통해 1천500억원대 분식회계를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CP 발행을 위해 신용등급을 맞추려고 재무제표를 조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LIG건설은 2010년 기준 도급순위 47위의 중견 건설사였지만 주택경기 침체와 미분양, 저축은행 부실화, 금리인상 등으로 부채가 늘어나고 유동성 위기를 겪다 지난해 3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후 그해 9월 결국 회생인가 결정을 받았다.

한편 검찰은 CP를 발행한 우리투자증권 측이 사기성 CP발행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공모자인지 여부도 따졌다.

하지만 검찰은 우리투자증권이 LIG건설과 심사기관 등이 제출한 회계서류 등을 감사할 권한이 없다는 점을 들어 우리투자증권도 LIG건설이 꾸민 분식회계 자료 등에 속아 CP를 발행한 피해자라는 쪽으로 수사의 가닥을 잡고 보강 조사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