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WTI 89달러 돌파 6.8% 급등

정휘 기자
WTI 89달러 돌파 6.8% 급등
©연합뉴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을 전격 재봉쇄하면서 국제 유가가 폭등세를 기록했다. 미국의 해상 차단 조치에 대응한 이번 결정으로 원유 공급 차질이 현실화하자 서부텍사스산원유는 배럴당 90달러선을 위협하며 시장의 공포를 자극하고 있다. 에너지 수송로의 물리적 폐쇄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박을 재점화할 수 있는 중대 변수로 부상했다.

글로벌 에너지 공급의 동맥이라 불리는 호르무즈 해협에 다시 긴장감이 감돌면서 국제 유가가 단기간에 강력한 반등세를 보였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 대비 배럴당 5.76달러 상승한 89.61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하루 만에 6.87%라는 기록적인 상승 폭을 나타낸 것으로, 시장 참여자들이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실질적인 공급 중단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아시아 거래 시장에서는 긴장감이 극도로 고조되며 한때 배럴당 91달러를 돌파하는 등 8.77%의 폭등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 에너지 수송로 차단에 따른 국제 유가 급변 상황

이번 사태의 발단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해군이 단행한 호르무즈 해협의 물리적 재봉쇄에 있다. 2026년 4월 18일, IRGC는 해협 통행을 전격 차단하며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지나는 길목을 막아섰다. 주목할 점은 이번 조치가 이란 정부가 해협 개방을 선언한 지 불과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뒤집혔다는 사실이다. 이는 이란으로 향하거나 이란에서 출발하는 선박을 차단하려는 미국의 해상 봉쇄 조치에 대한 맞불 성격의 보복 조치로 분석된다. 이란은 자신들의 자원 수출 경로가 차단될 경우 타국의 원유 수송 역시 허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뉴욕 현지 시각 2026년 4월 20일 기준으로 마감된 유가 수치는 시장의 극심한 혼란을 반영한다. 장중 한때 유가는 협상 기대감에 따라 87.02달러까지 후퇴하기도 했으나, 실제 해협 통행이 불가능하다는 물리적 사실이 지배적인 요인으로 작용하며 다시 급등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는 수많은 유조선과 화물선이 닻을 내린 채 대기하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물류 비용 상승과 원유 수급 불균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장은 단순한 가격 변동을 넘어 장기적인 공급망 마비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 미국과 이란의 외교적 엇박자와 협상 불확실성

유가 급등세를 다소 억제하려는 시도는 미국 측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란과의 협상 결렬 가능성을 일축하며 외교적 해결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협상단이 파키스탄 수도인 이슬라마바드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히며 대화의 물꼬를 트려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뉴욕타임스와 AP통신, 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도 이란 측이 2차 협상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으며 한때 시장의 긴장을 완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란 내부의 기류는 미국의 낙관적인 전망과는 궤를 달리하고 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현재까지 차기 협상에 대한 어떠한 계획이나 결정도 내려진 바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 역시 이란의 협상 불참 결정에는 변화가 없으며, 미국의 해협 봉쇄 해제가 선행되지 않는 한 대화 테이블에 앉지 않겠다는 완강한 입장을 전했다. 이러한 양측의 엇갈린 정보와 팽팽한 대립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더욱 증폭시키며 유가 변동성을 키우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

▲ 시장 전문가들이 진단한 공급망 정상화 한계 및 전망

전문가들은 현재의 상황을 미국과 이란이 서로의 입구를 막아버린 이중 봉쇄 상태로 진단하고 있다. 원자재 중개사 트라두의 시장 분석가 니코스 차부라스는 이러한 요인들이 원유 가격을 추가로 견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설령 외교적 타협을 통해 상황이 단기적으로 해결되더라도, 한번 흐트러진 공급 체계가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유가가 전쟁이나 물리적 충돌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회귀하기 어려울 것임을 의미한다.

에너지 트레이딩 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버펄로 바유 코모디티스의 프랭크 몽캄 매크로 트레이딩 책임자는 양측이 실질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데 있어 간극이 지나치게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재 유지되고 있는 긴장 국면이 해소되지 않고 휴전 성격의 조치가 만료될 경우, 시장에서는 추가적인 매수 포지션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질 수 있다. 이는 향후 유가가 상단 저항선을 뚫고 추가 상승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점을 시사하며,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게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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