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을 단순한 IT 기업을 넘어 글로벌 테크 거물로 변모시킨 팀 쿡(Tim Cook)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난다.
그의 뒤를 이어 애플의 하드웨어 부문을 이끌어온 베테랑 엔지니어 존 터너스(John Ternus)가 지휘봉을 잡게 되었다.
▲ 포스트 쿡 시대의 개막: '제품 전문가' 터너스 등판
20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50세인 존 터너스는 애플이 AI 시대에 발맞춰 하드웨어 중심의 미래를 설계하고 창의적 혁신을 재점화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에 리더십을 맡게 되었다.
그는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소비자 제품인 아이폰을 탄생시킨 스티브 잡스, 그리고 애플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으로 키워낸 팀 쿡의 뒤를 잇게 된다.
이번 인사는 오는 9월 1일부로 시행되며, 팀 쿡은 이사회 의장직을 오랫동안 유지해 온 아트 레빈슨의 뒤를 이어 실행 의장(Executive Chairman)으로 자리를 옮긴다.
팀 쿡은 재임 기간 동안 애플의 시가총액을 약 3조7천억 달러 가량 성장시켰으며, 이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을 제외하고 미국 CEO 중 가장 높은 가치 창출 기록이다.
▲ 존 터너스는 누구인가
터너스는 애플에서 25년간 근무하며 아이패드, 맥(Mac), 에어팟 등 주요 제품군을 두루 거친 인물로 일찌감치 쿡의 유력한 후계자로 점쳐져 왔다.
그는 하드웨어 부문 수장으로서 아이폰을 포함한 애플의 모든 제품 라인업을 책임져 왔으며, 사내에서는 능숙한 정무 감각과 엔지니어링 역량을 동시에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터너스의 관리 스타일은 스티브 잡스의 날카롭고 강압적인 방식보다는 팀 쿡의 온화하고 협력적인 방식에 더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직 애플 인사팀 관계자는 그를 "깊이 있는 협력자"라고 평하며, 제품 중심의 리더가 경영을 맡는 것이 애플의 미래에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AI 경쟁력 확보와 혁신 동력 회복이 최대 과제
터너스 앞에 놓인 가장 큰 숙제는 경쟁사들이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AI 분야에서 애플의 주도권을 유지하는 일이다.
애플은 프런티어 모델 개발 면에서 다소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지만, 25억 대에 달하는 활성 기기 생태계를 바탕으로 한 서비스 수익 모델은 여전히 강력하다.
애플은 올해 오픈AI와 같은 기업들로부터 수수료를 징수해 앱스토어 AI 매출만 1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쿡 체제에서 다소 정체되었다는 비판을 받는 '혁신의 불꽃'을 다시 살리는 것도 그의 몫이다.
아이폰 이후 에어팟과 애플 워치가 성공을 거두긴 했으나, 최근 선보인 비전 프로(Vision Pro)는 판매 부진을 겪고 있으며 수조 원을 투자한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는 중단된 바 있다.
터너스는 맥에 탑재되던 인텔 칩을 애플 자체 설계 칩으로 교체하여 판매량을 급증시킨 '애플 실리콘' 전환의 주역이었던 만큼, 하드웨어 혁신에 대한 기대가 높다.
▲ 공급망 마법사 팀 쿡의 유산과 향후 행보
팀 쿡은 아이폰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사용자 기반을 확장한 공급망 관리의 대가로 기억될 것이다.
그는 재임 중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팬데믹 봉쇄 등 지정학적, 경제적 위기 상황 속에서도 공급망 혼란을 성공적으로 피해 가며 기업 가치를 방어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특정 제품에 대한 관세 면제를 끌어내는 등 탁월한 외교적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쿡은 사생활을 중시하면서도 사회적 이슈에 목소리를 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2014년에는 커밍아웃을 통해 성소수자 인권에 기여했으며, 스티브 잡스의 조언에 따라 항상 "옳은 일"을 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밝혔다.
의장직으로 물러난 이후에도 그는 애플의 '북극성'인 '최고의 제품 만들기'라는 가치를 수호하는 역할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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