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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주권 선언한 이탈리아 40년 탈원전 종식하고 차세대 원전 부활 추진

재경 외신부 기자
에너지 주권 선언한 이탈리아 40년 탈원전 종식하고 차세대 원전 부활 추진
©연합뉴스

 

이탈리아 정부가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약 40년간 유지해 온 탈원전 기조를 폐기하고 올여름 원자력 발전 재개를 위한 법정 기반 마련에 착수한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지정학적 위기에 따른 에너지 비용 상승이 국가 경쟁력을 위협한다고 판단하고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믹스 재편을 공식화했다.

이탈리아가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약 40년 동안 고수해 온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자력 발전 체제로의 복귀를 전격 선언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올여름 원전 재개를 골자로 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하여 에너지 안보 강화와 국가 경제 정상화의 초석을 놓을 계획이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심화된 에너지 공급 불안과 글로벌 공급망 붕괴 상황에서 국가 생존을 위한 보수적 실용주의 선택으로 풀이된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멜로니 총리는 최근 상원 연설을 통해 에너지 공급 다변화의 시급성을 강력히 역설했다. 그는 "복잡한 국제 경제 환경과 지정학적인 긴장이 에너지 비용과 기업 경쟁력, 가계 구매력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중동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로 인한 에너지 공급 불안은 이탈리아 정부가 원전 복귀를 서두르게 만든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이탈리아의 원전 중단 역사는 1986년 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 직후인 1987년 국민투표를 통해 원자력 발전을 중단하며 시작되었다. 이후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실시된 국민투표에서도 유권자의 90% 이상이 원전 복귀에 반대하며 탈원전 기조는 난공불락의 영역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유럽을 덮친 에너지 가격 폭등은 이탈리아 내부의 여론 지형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 이탈리아는 천연가스 수입 의존도가 극도로 높아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에 매우 취약한 경제 구조를 지니고 있다. 태양광, 풍력, 지열 등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고 있으나 기상 조건에 따른 간헐성 문제로 인해 산업용 대용량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유럽 내에서도 전기요금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로 분류되는 현실은 이탈리아 제조업의 원가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고질적 병폐로 지적되어 왔다.

멜로니 정부는 기존의 대형 원전 대신 안전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한 차세대 원자로인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산업 재건의 핵심 동력으로 설정했다. SMR은 건설 기간이 짧고 사고 위험이 낮아 이탈리아의 지형적 특성과 기존 전력망 구조에 적합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전력 자급률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동시에 국제 사회의 탄소 중립 요구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유럽 전역에서도 원자력 발전의 가치를 재평가하는 '원전 르네상스' 움직임이 확산하며 이탈리아의 행보에 정책적 명분을 더하고 있다. 벨기에,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등 전통적인 탈원전 국가들이 기존 폐쇄 계획을 수정하거나 신규 원전 건설을 검토하는 등 정책 대전환에 나선 상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역시 지난 3월 탈원전 정책을 '전략적 실수'라고 규정하며 원자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원전 복귀에 대한 시민 사회의 잠재적 반발과 핵폐기물 처리 시설 확보 문제는 향후 법안 처리 과정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환경 단체들을 중심으로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여전하며, 과거 두 차례의 국민투표 결과를 뒤집기 위한 정치적 합의 도출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기사는 정부가 이러한 반대 여론을 설득하기 위해 SMR의 기술적 우수성과 경제적 파급 효과를 입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이탈리아의 원전 재개 추진은 유럽 에너지 시장의 수급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원전 산업 생태계의 복원은 제조업 기반의 이탈리아 경제에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를 공급함으로써 장기적인 성장 모멘텀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단순한 에너지 정책의 변화를 넘어 글로벌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국가의 자생력을 확보하려는 에너지 주권 확보 전략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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