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미국 해상 봉쇄에 이란 원유 생산 중단 임박 중국은 미 에너지 구매로 선회

이겨례 기자
미국 해상 봉쇄에 이란 원유 생산 중단 임박 중국은 미 에너지 구매로 선회
©연합뉴스

 

미국 정부의 강력한 선박 봉쇄 조치로 이란의 원유 저장 시설이 포화 상태에 도달하며 국가적 생산 중단 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란의 수출 거점인 하르그섬의 물류가 완전히 마비되었음을 공식화했으며, 이에 대응해 중국 등 주요 소비국들이 중동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산 에너지로 수입선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대이란 에너지 압박 전략이 실질적인 공급망 차단 효과를 내며 이란 내 원유 재고가 한계치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하르그섬을 통한 원유 선적이 완전히 중단됨에 따라 이란이 조만간 원유 생산 자체를 멈춰야 하는 물리적 상황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이는 이란의 경제적 근간을 타격하는 동시에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주도권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베선트 장관은 미국 경제방송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최근 사흘간 이란 최대 원유 수출 터미널인 하르그섬에서 단 한 건의 선적도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선박의 입출항이 미국의 강력한 봉쇄망에 의해 통제되면서 이란의 해상 저장 시설조차 활용 불가능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선박들이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이란은 결국 원유 생산을 중단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게 베선트 장관의 판단이다.

첨단 위성사진 분석 결과 역시 이란의 원유 생산 중단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며 미국의 해상 봉쇄가 전략적 성공을 거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정부는 위성 데이터를 통해 이란 내 저장 탱크의 수위와 유정의 활동량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며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위성사진을 통해 생산 중단 현상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음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대이란 제재의 실효성을 자신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해운정보업체 윈드워드는 미국의 봉쇄망 속에서도 이란의 은밀한 우회 수출 시도가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윈드워드는 최근 파나맥스급 유조선 한 척이 하르그섬 동쪽 터미널에 접안해 원유를 선적하는 모습을 포착했으며, 이는 지난 7일 이후 확인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파나맥스급 유조선은 한 척당 대략 40만에서 55만 배럴의 원유를 실을 수 있는 규모로 알려져 있다.

하르그섬 인근 대기 구역에는 위치 신호를 의도적으로 끈 이른바 그림자 선단 유조선 약 20척이 여전히 대기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선박은 국제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선박자동식별장치를 끄고 공해상에서 환적을 시도하는 등 제재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봉쇄 조치가 강화되면서 이러한 그림자 선단의 활동 공간 역시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란발 원유 공급 불안정이 심화되자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 중 하나인 중국은 미국산 에너지로 눈을 돌리며 공급망 다변화에 착수했다. 중국 정부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의 제재 리스크를 동시에 회피하기 위해 미국산 원유와 천연가스 구매를 늘리는 방안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중국이 중동산 원유 공급 차질에 대응해 미국 에너지 구입을 늘리는 데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 정부는 알래스카 지역의 원유 및 천연가스 생산을 대폭 늘려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의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알래스카는 지리적 접근성 측면에서 중동보다 중국에 인접해 있어 물류 효율성과 공급 안정성 확보에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국가들이 보다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을 확보하기 위해 중동 의존도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패러다임은 이제 자원 보유량을 넘어 공급망의 안정성과 정치적 신뢰도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베선트 장관은 중동의 불확실성을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미국의 에너지 생산 능력을 제시하며 글로벌 시장의 참여를 촉구했다. 그는 "공급원을 다양화하려는 국가들에게 미국보다 더 좋은 에너지 파트너는 없다"고 역설하며 미국의 에너지 패권 강화를 예고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제재를 넘어 글로벌 에너지 주도권이 중동에서 북미로 이동하는 역사적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에너지 자급자족을 넘어선 수출 확대 전략은 향후 국제 유가 안정화와 지정학적 질서 재편에 핵심적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란의 생산 중단 위기가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원유 수급 체계는 미국 중심의 다변화 구조로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해상#봉쇄에#이란#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