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업체 혼다가 전기차(EV) 전략 실패와 미국 정책 변화, 중국 업체들의 급부상이라는 삼중 악재 속에서 창사 이후 가장 큰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대형 자연재해, 안전성 논란,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견뎌냈던 혼다가 이번에는 급변하는 전기차 시장 흐름 속에서 심각한 경영 충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 전기차 정책 변화에 맞춰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던 전략이 사실상 무너지면서 회사 수익구조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 EV 투자 철회에 100억달러 손실…상장 후 첫 연간 적자
14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혼다는 올해 전기차 계획 철회 과정에서 약 100억 달러 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상장 이후 처음으로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약 27억 달러 규모 순손실을 발표했으며, 미베 도시히로 혼다 최고경영자(CEO)는 “가능한 한 빨리 출혈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혼다는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전기차 전환에 공격적으로 투자해왔지만, 시장 성장세 둔화와 정책 변화가 겹치면서 대규모 투자 부담만 남게 됐다.
혼다의 전기차 전략은 바이든 행정부 시절 미국 친환경 정책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다.
당시 미국 정부는 2030년대까지 신차 시장 대부분을 전기차 중심으로 전환하는 방향을 추진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른바 ‘전기차 의무화(EV mandate)’ 정책을 철회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혼다 경영진은 과거 미국 신차 판매 중 전기차 비중이 약 15%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재 실제 비중은 약 6%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베 CEO는 “계획을 계속 추진할 경우 미래에 큰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 오하이오·캐나다 EV 프로젝트 전면 중단
혼다는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추진하던 신규 전기차 3종 생산 계획을 철회했다.
또한 캐나다에서 추진 중이던 110억 달러 규모 EV·배터리·소재 생산단지 프로젝트도 중단하기로 했다.
회사는 아울러 2040년까지 내연기관 차량 생산을 종료하겠다는 기존 계획도 사실상 포기했다.
업계에서는 혼다가 다른 글로벌 자동차업체들과 달리 지나치게 공격적인 전기차 투자에 나섰다가 시장 변화 대응에 실패했다고 평가한다.
▲ 하이브리드로 선회…“현실적 전략 복귀”
혼다는 앞으로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 차량 중심 전략으로 방향을 수정할 계획이다.
회사는 2027년 북미 시장을 겨냥한 신규 하이브리드 세단과 SUV를 출시할 예정이며, 2030년까지 글로벌 시장에 10종 이상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 투입할 방침이다.
미베 CEO는 “전기차만 바라보기보다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전기차 전환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지면서 기존 내연기관·하이브리드 기술 경쟁력이 다시 중요해지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 중국·테슬라에 밀린 기술 경쟁력
혼다는 과거 연비 효율성과 하이브리드 기술 혁신으로 세계 자동차 시장을 선도했던 기업이었다.
특히 1999년에는 토요타보다 먼저 미국 시장에 하이브리드 차량을 출시하며 기술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 경쟁에서는 중국 업체들과 테슬라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초기 자체 전기차 모델과 자율주행 기술 개발 실패 이후 혼다는 미래차 시장 대응을 위해 무리한 투자 확대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기존 내연기관 사업 경쟁력까지 약화시키는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 GM 협력도 한계…전기차 판매 급감
혼다는 제너럴모터스(GM)와 협력해 전기차 전환 속도를 높이려 했지만 성과는 제한적이었다.
양사 협력으로 개발된 전기 SUV ‘프롤로그(Prologue)’는 GM 기술 기반으로 제작됐으며, 올해 초까지 미국 시장에서 판매 호조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판매량은 급격히 감소했다.
올해 1~4월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이하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혼다가 자체 EV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외부 협력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중국 현지 기술 활용 확대
혼다는 앞으로 중국 시장에서는 현지 파트너 기술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미베 CEO는 “중국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해 현지 파트너가 개발한 EV 기술 활용 비중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기술 발전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일본 업체들이 독자 기술만으로 경쟁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는 소프트웨어와 배터리, 차량 플랫폼 경쟁력이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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