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장기 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2.8%를 돌파하며 약 29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과 일본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재정 확대 기조가 맞물리며 채권 매도세가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엔화 가치 또한 달러당 160엔 선에 육박하며 일본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일본 채권 시장에서 장기 금리의 가늠자인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한때 2.800%에 도달하며 1996년 10월 이후 최저 수준의 채권 가치를 기록했다. 이는 직전 영업일인 지난 15일 기록한 2.706% 대비 약 0.1%포인트 급등한 수치로, 시장은 이를 일본의 초저금리 시대가 사실상 종언을 고한 상징적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채권 금리의 가파른 상승은 곧 채권 가격의 폭락을 의미하며, 이는 일본 금융 시스템 전반에 새로운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고유가 지속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의 심화가 금리 상승의 일차적 도화선이 되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일본 정부가 중동 사태 대응을 위해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국가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확산되었다. 재정 지출 확대를 위한 국채 발행량 증가는 시장 내 채권 공급 과잉으로 이어져 가격 하락과 금리 상승을 부채질하는 핵심 요인이 되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일본의 금리 급등이 단기적인 국내 요인을 넘어 글로벌 채권 시장의 동조화 현상을 강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연 4.5% 후반대에 올라서며 약 1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자 일본 국채 역시 강력한 수익률 상승 압박을 피하지 못했다. 서구권의 고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일본은행(BOJ)의 통화 정책 정상화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초장기물 국채 시장에서도 기록적인 매도세가 관측되며 기관 투자자들의 공포 심리를 여실히 드러냈다. 지난 15일 30년물 국채 금리는 한때 4.04%를 기록했으며, 40년물 금리는 4.235%까지 치솟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기염을 토했다. 장기 및 초장기 금리의 동반 상승은 기업의 설비 투자 조달 비용 상승과 가계 대출 금리 인상으로 직결되어 일본 내수 경기 회복에 상당한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엔화 가치의 지속적인 하락세 또한 금리 상승을 유도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오전 한때 달러당 158.83엔까지 상승하며 시장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160엔 선에 바짝 다가섰다. 로이터 통신은 "기록적인 엔저를 방어하기 위해 일본은행이 시장의 예상보다 매파적인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당국의 직접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현재의 금리 상승 속도가 실물 경제의 펀더멘털에 비해 지나치게 가파르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일본의 실질 임금 상승률이 여전히 물가 상승 폭을 온전히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급격한 금리 인상은 가계 소비 위축과 경기 침체를 초래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본은행이 시장 변동성을 제어하기 위해 국채 매입 규모를 일시적으로 조정하는 등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일본 금융 시장은 미일 금리 차의 추이와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시점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재정 확대 기조가 유지되는 한 국채 금리의 하방 경직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며, 이는 일본 국채의 안전 자산 지위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일본이 본격적인 고금리 국면으로 진입함에 따라 전 세계 자금 흐름의 대대적인 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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