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방법원 난동 사태를 촬영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벌금 200만원 형이 확정된 다큐멘터리 감독 정윤석 씨가 헌법재판소에 재판소원을 청구하며 법적 공방을 헌재로 옮겼다. 정 씨는 대법원의 유죄 판결이 예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주장하며 법원장들을 상대로 소를 제기했다. 이번 사안은 법치 질서 유지와 예술적 기록 활동의 경계 설정을 두고 사법부와 예술계 간의 시각 차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정윤석 다큐멘터리 감독이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 현장을 촬영하다 벌금형을 확정받은 것에 불복하여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하기로 결정했다. 정 씨는 28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재판소에 재판소원을 신청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는 이번 청구를 통해 대법원의 판결이 예술가의 양심과 헌법 정신을 외면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재판소원은 법원의 판결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했을 때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구제 절차다.
대법원은 지난달 30일 정 씨를 포함하여 서울서부지법 난동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18명 전원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한 바 있다. 정 씨는 지난해 1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직후 발생한 서울서부지법 청사 난입 사태 현장에서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진행했다. 당시 현장은 영장 발부에 반발하는 시위대와 이를 제지하는 경찰 및 법원 관계자들이 뒤엉켜 극심한 혼란을 빚고 있었다. 검찰은 정 씨의 행위가 단순한 촬영을 넘어 법원 청사의 평온을 해치고 공동주거침입의 성격을 띤다고 판단해 기소했다.
정 씨 측 변호인은 이번 재판소원 청구의 이유로 예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등 다각적인 기본권 침해를 제시했다. 변호인단은 정 씨가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역사적 현장을 기록하려는 공익적 목적이 컸음에도 법원이 이를 범죄 행위로 단정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평등권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사법부의 판단 기준에 의문을 제기했다. 피청구인으로는 정 씨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각급 법원의 수장인 서울서부지방법원장, 서울고등법원장, 대법원장을 명시했다.
정 씨는 기자회견에서 예술가로서의 소명과 사법부의 판단 사이에서 느낀 괴리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그는 "대법원 스스로 헌법 정신을 지키지 않고 예술가의 양심에 유죄라는 기록을 남겼으니 이를 근거로 마지막 절차인 재판소원을 신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술가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시민들에게 민주주의 구성원으로서 존중받지 못할 것"이라며 투쟁의 의지를 피력했다. 정 씨는 자신의 행위가 현장 기록을 위한 순수한 의도였음을 시종일관 강조했다.
앞선 2심 재판부는 정 씨의 행위에 대해 다소 복합적인 법리 해석을 내놓으면서도 최종적으로는 유죄를 유지했다. 재판부는 정 씨가 다른 집회 참가자들과 물리적으로 동떨어져 촬영에 집중했다는 점을 인정하여 '다중의 위력'을 직접적으로 행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서울서부지법 직원들의 시각에서는 정 씨와 다른 난동 가담자들을 명확히 구분할 수 없었다는 점을 유죄의 핵심 근거로 삼았다. 불법적인 청사 진입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촬영자가 가담자와 섞여 있었다면 관리자 입장에서는 위협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사법부는 법원 청사의 보안과 질서 유지는 사법 행정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라고 보고 있다. 아무리 예술적 창작 활동이라 할지라도 법이 정한 절차와 장소를 벗어나 타인의 주거권이나 공공시설의 관리권을 침해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 보수적 법조계의 중론이다. 특히 법원 청사는 고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국가 중요 시설로서 허가받지 않은 인원의 난입은 그 자체로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하다. 이번 판결 역시 이러한 법질서 수호의 관점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기계적 중립성 확보를 위한 반론의 관점에서 보면 예술계 일각에서는 이번 유죄 확정이 다큐멘터리 제작 환경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긴박한 사회적 갈등 현장을 기록해야 하는 창작자들에게 법원의 엄격한 잣대는 자기검열을 강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취재의 자유와 법질서 유지라는 두 가치가 충돌할 때 사법부가 지나치게 권위주의적인 판단을 내렸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예술적 표현의 영역을 일반적인 범죄 가담과 동일 선상에서 평가하는 것은 무리라는 시각이다.
향후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예술적 기록 활동의 법적 한계를 설정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헌재가 재판소원을 수용하여 대법원의 판결을 취소할 경우 이는 사법부 역사상 지극히 이례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반면 청구가 기각되거나 각하될 경우 법원 청사 내 무단 촬영 및 진입 행위에 대한 사법부의 엄단 의지는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 씨의 사례는 법치 사회에서 예술의 자유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다시금 촉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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