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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 가혹행위 폭로한 가자 구호 활동가들... "성폭력과 고문 자행" 주장

이겨례 기자
이스라엘군 가혹행위 폭로한 가자 구호 활동가들...
©연합뉴스

 

가자지구 구호선에 탑승했다가 이스라엘군에 나포된 한국인 활동가들이 성폭력과 고문 등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들은 귀국 후 진행된 정밀 검진에서 골절과 고막 천공 등 실질적인 상해 진단을 받았으며 국제사회의 엄중한 책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여권이 무효화된 상태에서 출무했던 활동가는 외교부와의 면담을 통해 법적 절차를 재개할 방침이다.

가자지구행 국제 구호선박에 몸을 실었던 활동가들이 이스라엘군에 의한 조직적인 가혹 행위가 있었음을 공식화했다. 28일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활동가들은 나포 기간 중 발생한 성추행과 테이저건 고문, 집단 구타의 실상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항해 한국본부(KFFP)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 시민단체들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국제적 단죄를 촉구하며 인도주의적 지원 활동에 대한 무력 진압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나포를 넘어 국제법이 보장하는 인도주의 활동에 대한 명백한 도발이자 인권 유린이라고 규정했다.

활동가 김아현 씨는 나포 당시 여성 활동가들을 향한 성적 가혹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군인들이 조롱 섞인 명령과 함께 항해자들을 구타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으며 비명이 가득한 공포스러운 상황이었다고 당시를 묘사했다. 특히 허벅지에 총상을 입은 선원이 있었음에도 이스라엘군이 의료 물품 제공을 거부하여 비닐봉지로 응급 처치를 할 수밖에 없었던 열악한 상황을 고발했다. 컨테이너 안은 뼈가 부러진 사람들로 가득했으나 어떠한 치료도 이뤄지지 않은 채 방치되었다는 것이 김 씨의 설명이다.

또 다른 활동가 김동현 씨는 상습적인 성추행과 더불어 5분에서 10분간 이어진 무차별적인 구타가 자행되었다고 밝혔다. 케이블타이로 강하게 결박된 손목에서는 지속적으로 출혈이 발생했으나 이스라엘 측은 이를 묵인한 채 감옥선으로 이송을 강행했다. 김 씨는 당시 현장에 있던 이스라엘 언론인 두 명을 마주쳤으나 그들이 폭력 상황을 목격하고도 아무런 항의를 하지 않은 채 방관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이스라엘 내부의 언론 윤리와 인권 의식 부재를 드러내는 대목이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한국계 미국인 조나단 빅토르 리 씨는 어두운 컨테이너 안에서 무장 병사들에게 전기 충격과 구타를 당해 오른쪽 갈비뼈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병사들이 섬광탄과 빈백탄 등 비살상용 진압 화기를 사용하여 활동가들에게 심각한 부상을 입혔으며 동료의 폭행 장면을 강제로 지켜보게 하는 정신적 고문도 병행했다고 덧붙였다. 리 씨는 "한 명도 빠짐없이 폭행당했고 몇 사람들은 성폭력에도 노출되었다"며 "우리가 겪은 신체적, 성적 폭력은 국제 사회가 묵과할 수 없는 심각한 수준이었다"고 강조했다.

의료진의 정밀 검진 결과는 활동가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지표로 제시되었다. 임상혁 녹색병원 원장은 검진을 통해 김동현 씨의 횡문근 융해증과 김아현 씨의 고막 천공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횡문근 융해증은 근육이 괴사하면서 세포 내 성분이 혈액으로 유출되는 질환으로 주로 극심한 구타나 압착 손상에 의해 발생한다. 조나단 리 씨 역시 갈비뼈 골절과 함께 테이저건에 의한 선명한 화상 자국이 몸에 남아 있어 당시의 물리적 충격이 상당했음을 시사했다.

이들은 지난 20일 이스라엘 당국으로부터 석방된 후 이달 22일과 25일에 걸쳐 순차적으로 한국에 도착했다. 가자지구로 향하던 구호선이 공해상에서 나포된 지 약 열흘 만에 이루어진 귀국이다. 귀국 직후 이들은 건강 상태 확인과 증언 정리를 위해 녹색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아왔다. 활동가들은 향후 국제 형사재판소(ICC) 등 관련 기관에 이스라엘의 가혹 행위를 제소하고 국제적인 연대를 통해 진상 규명에 나설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여권 무효화 논란의 중심에 있는 김아현 씨는 향후 외교부와의 면담을 통해 법적 대응과 여권 재발급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김 씨는 지난해 10월에도 동일한 구호 활동 중 나포된 이력이 있어 정부로부터 여권 반납 명령을 받았으나 이를 공식 송달받기 전인 지난 3월 재차 출국한 바 있다. 정부는 김 씨의 출국을 행정 명령 위반으로 간주하여 여권을 무효화했으나 김 씨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함께 행정적 정당성을 다툴 예정이다. 김 씨는 오는 6월 2일 외교부 면담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전달하고 여권 신청을 다시 할 계획이다.

다만 이스라엘 정부는 그간 가자지구 구호선단에 대해 하마스 지원 가능성을 이유로 엄격한 해상 봉쇄와 나포 절차의 정당성을 주장해 왔다. 일각에서는 분쟁 지역 진입을 금지한 정부의 권고를 어기고 출국한 활동가들의 안전 불감증에 대해 우려 섞인 시각을 보내기도 한다. 국가의 행정 명령을 우회하여 위험 지역에 진입한 행위가 법치주의와 국가 관리 체계 관점에서 적절했는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남아 있다. 시장 질서와 법적 절차를 중시하는 보수적 관점에서는 이러한 돌발 행동이 국가의 외교적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인권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이 개인의 일탈 여부와 별개로 전시 국제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한 국제법 전문가는 "구금 상태에서의 성폭력과 고문은 어떠한 군사적 명분이나 행정적 위반 사항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반인륜적 범죄다"라며 "정부는 자국민 보호 원칙에 따라 이스라엘 당국에 공식적인 항의와 투명한 진상 조사를 요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는 개인의 법적 책임과는 별개로 국가가 보장해야 할 기본권의 영역이라는 분석이다.

향후 활동가들은 국제적인 인권 네트워크와 공조하여 이스라엘의 가혹 행위를 공론화하는 작업을 지속할 전망이다. 외교부 역시 김 씨와의 면담 결과에 따라 여권 재발급 여부와 더불어 이스라엘 측에 대한 외교적 대응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 구호 활동의 안전성 확보라는 명분과 자국민의 실정법 준수라는 책임 사이의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번 사건은 국제 분쟁 지역 내 민간 활동가의 지위에 대한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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