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명의 위장' 타이어뱅크 김정규 회장, 파기환송심서 징역 3년·벌금 141억 실형 선고

이겨례 기자
'명의 위장' 타이어뱅크 김정규 회장, 파기환송심서 징역 3년·벌금 141억 실형 선고
©연합뉴스

 

대리점 명의를 위장해 수십억 원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기소된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도 징역 3년의 실형과 벌금 141억 원을 선고받았다. 대전고법은 공소시효 만료로 일부 금액을 면소하면서도 경영진의 조직적 탈세와 증거 인멸 행위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었다. 이번 판결은 대규모 유통망을 악용한 조세 포탈 행위에 대해 사법부가 타협 없는 법치주의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은 특정 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 등 혐의로 기소되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3년과 벌금 141억 원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대전고법 제3형사부는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공소시효가 만료된 일부 포탈액을 제외하고 최종적으로 31억여 원의 포탈 금액을 유죄로 인정했다. 이는 대규모 프랜차이즈 기업이 명의 위장이라는 편법을 통해 국가 조세 정의를 흔든 사안에 대해 사법부가 단호한 의지를 표명한 결과다.

김 회장은 전국 각지의 타이어뱅크 판매점을 개별 점주가 운영하는 것처럼 꾸미는 이른바 명의 위장 수법을 동원해 종합소득세 약 80억 원을 탈루한 혐의를 받았다. 사실상 본사 소속 근로자인 점주들을 독립 사업자로 위장시켜 누진세 적용을 회피하고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하는 등 치밀한 계획하에 범행을 주도했다. 이러한 행위는 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정당한 납세 의무를 이행하는 여타 기업들에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는 중대 범죄로 간주된다.

재판 과정에서는 세무조사 당시 김 회장이 보여준 비협조적이고 조직적인 증거 인멸 행태가 양형의 주요 근거로 작용했다. 김 회장은 세무공무원이 현장을 방문하자 화장실 문을 잠그고 세 시간 동안 버티며 대리점 관련 장부와 하드디스크를 파기하는 등 공권력 집행을 무력화했다. 법원은 이러한 행위를 법치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간주하고 기업가로서의 최소한의 윤리마저 저버린 행위라고 지적하며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함을 강조했다.

이번 재판에서는 김 회장뿐만 아니라 범행에 가담한 주요 경영진과 임직원들에게도 줄줄이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타이어뱅크 부회장은 원심과 동일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으며 나머지 임직원 4명에게는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다만 재판부는 김 회장을 제외한 임직원들에 대해서는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하며 가담 정도와 책임 범위를 차등 적용하는 신중함을 보였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피고인의 행위가 단순한 과실이 아닌 조직적 범죄임을 분명히 했다. 김병식 부장판사는 "김 회장은 명의를 위장하는 수법으로 개인대리점 사업 소득의 누진세 적용을 회피하고 위탁판매 점주들을 종속된 관계로 만들어 허위계산서를 발급하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포탈 세액이 31억 원이 넘고 세무공무원 방문 시 장부와 하드디스크를 파기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김 회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에 대한 위법성 인식이 뚜렷하지 않았으며 횡령액 전액을 변제했다는 점을 들어 선처를 호소했다. 변호인단은 실질적인 1인 회사 구조에서 발생한 사안이며 포탈한 조세를 모두 납부해 국가 재정 손실을 보전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법부는 이러한 주장의 일부를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으나 실형 선고라는 대원칙은 꺾지 않음으로써 조세 범죄에 대한 엄정한 잣대를 유지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17년 김 회장이 기소된 이후 약 9년에 걸친 장기 법정 공방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1심에서 징역 4년과 벌금 100억 원을 선고받았던 김 회장은 2심에서 탈세액이 조정되었음에도 허위 세금계산서 유죄 판결로 법정 구속되는 과정을 겪었다. 대법원이 공소시효 만료 문제를 제기하며 사건을 돌려보냈으나 파기환송심은 범죄의 실체적 진실과 죄질의 불량함이 변하지 않았음을 재확인했다.

향후 타이어뱅크는 경영권 공백과 더불어 막대한 벌금 납부에 따른 재무적 부담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판결은 프랜차이즈 및 대리점 체제를 운영하는 유통 업계 전반에 투명한 회계 처리와 준법 경영의 중요성을 다시금 상기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인들의 고질적인 명의 위장 탈세 관행에 대해 사법부의 감시와 처벌 수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시장에 각인시킨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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