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에 원·달러 환율 1,520원 돌파, 두 달 만에 최고치 기록

정휘 기자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에 원·달러 환율 1,520원 돌파, 두 달 만에 최고치 기록
©연합뉴스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20원선을 넘어섰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1원 급등한 1,516.4원에 거래를 마쳤으며, 이는 지난 4월 초 이후 두 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이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 재점화에 따라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며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12.1원 오른 1,516.4원을 기록하며 강한 상승 압력을 증명했다. 이날 환율은 전장보다 7.7원 상승한 1,512.0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이후 장 중 한때 1,520.10원까지 치솟으며 외환 당국과 시장 참여자들을 긴장시켰다.

외환 시장이 장중 1,520원대를 돌파한 것은 지난 4월 2일 기록했던 장중 최고가인 1,524.10원 이후 약 두 달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러한 환율 급등의 일차적 원인은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국제 금융 시장의 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탓으로 분석된다. 이란 매체들은 이란 정부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에 강력히 항의하며 미국과의 종전안 협의를 전격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중동의 불안정한 정세는 국제 유가의 급등을 초래하며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를 다시 자극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의 상승은 기저 물가를 압박할 뿐만 아니라 달러화와 같은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를 폭발적으로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 한 원화 가치의 하락 압력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상황 진화를 위해 긴급 인터뷰를 진행하며 시장 달래기에 나선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ABC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1주일 내에 이란과의 종전 양해각서에 합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그러나 시장은 이러한 정치적 수사보다는 실제적인 물리적 충돌 가능성과 에너지 공급망 훼손 여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는 환율 급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맞물리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자금 이탈이 목격되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무려 6조 5,939억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하며 시장 하락을 주도했다.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13.11포인트 오른 8,801.49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외국인의 이탈은 향후 지수 유지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 달러화의 위상을 나타내는 지표들도 일제히 강세를 보이며 원화 약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11% 상승한 99.067을 기록하며 100선에 육박했다. 엔·달러 환율 역시 0.03% 상승한 159.695엔을 기록하며 달러 강세 흐름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다.

원화는 달러뿐만 아니라 엔화에 대해서도 상대적인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49.06원을 기록하며 전 거래일 오후 3시 30분 기준가보다 5.64원 상승했다. 이는 일본 엔화의 가치 하락보다 한국 원화의 가치 하락 속도가 더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점을 들어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세에도 불구하고 지수가 상승 마감한 것은 국내 기관 및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시장을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수급 불균형이 장기화될 경우 환율 상승과 증시 하락이 동시에 발생하는 악순환에 빠질 위험이 존재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예측 불가능한 영역이기에 외환 시장의 변동성이 극심해질 수 있다"며 "기업들은 환율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이 1,500원대 중반에서 강한 저항선을 형성할 것으로 보면서도 추가적인 돌발 악재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향후 외환 시장의 향방은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의 재개 여부와 국제 유가의 추이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1주일 내 합의가 가시화되지 않을 경우 환율은 전고점을 넘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투자자들은 실시간 뉴스 흐름과 주요국 통화 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보수적인 자산 운용 전략을 수립해야 할 시점이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동발#지정학적#리스크에#원·달러#환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