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한미, 핵추진 잠수함 및 원자력 주권 강화 로드맵 합의… 11월 미 중간선거 전 '속도전' 착수

김영 기자
한미, 핵추진 잠수함 및 원자력 주권 강화 로드맵 합의… 11월 미 중간선거 전 '속도전' 착수
©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이 핵추진 잠수함 도입과 우라늄 농축 권한 확대를 골자로 하는 안보 현안 해결을 위해 구체적인 이행 타임라인을 설정했다. 양국은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전에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하기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르면 내달 워싱턴에서 2차 회의를 개최한다. 이번 협의는 정상회담 합의 사항인 '조인트 팩트시트'의 안보 분야 후속 조치를 신속히 이행하기 위한 고위급 및 실무급 연쇄 회동으로 진행됐다.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속 조치인 안보 분야 협의를 통해 핵추진 잠수함 도입과 원자력 주권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 마련에 전격 합의했다.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이틀간 진행된 이번 1차 회의에서 양측은 가능한 조속히 실질적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뜻을 모았다. 특히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라는 정치적 일정을 고려해 올여름 중으로 협의의 속도를 최대한 높이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며 안보 협의 타임라인을 구체화했다.

이번 협의의 핵심 의제는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위한 실질적인 토대를 마련하고 이에 필요한 핵연료 수급 방안을 구체화하는 작업이다. 1일차 회의에서 양국 실무진은 핵잠수함 운용에 필수적인 핵연료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주요 협력 사항을 집중적으로 다루며 기술적 사안을 검토했다. 이는 단순한 군사적 협력을 넘어 한국의 전략적 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 평가받으며 향후 양국 국방 및 외교 정책의 중차대한 변화를 예고한다.

원자력의 민간 및 상업적 이용 권한을 확대하기 위한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문제도 이번 회의의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2일차 회의에서 양측은 현재 2035년까지 적용되는 기존 한미 원자력협력 협정의 개정 범위를 놓고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정부는 기존의 제약적인 권한에서 벗어나 보다 포괄적이고 자율적인 원자력 이용 권한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며 협상에 임했다.

현행 한미 원자력협정은 양국이 약정에 서면으로 합의할 경우 우라늄을 20% 미만 수준으로 농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상 미국의 사전 허가가 전제되어야 하는 구조다. 이러한 절차적 복잡성과 제약은 한국의 원자력 산업 발전과 에너지 안보 강화에 중대한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학계와 산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정부는 이번 협상을 통해 이러한 제한적 조항을 개선하고 실질적인 원자력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회의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양국은 이르면 내달 미국 워싱턴 DC에서 2차 회의를 개최하고 논의를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2차 회의에는 이번 회의에 일정상 불참한 미 국무부 군비통제 및 비확산국의 크리스토퍼 여 차관보가 직접 참석하여 협상의 격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1차 회의에 크리스토퍼 클레인 부차관보가 참석했던 것과 비교하면 미국 측 역시 이번 안보 협의를 매우 비중 있게 다루고 있음을 시사한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회의장을 예고 없이 방문해 양국 실무진의 노고를 치하하며 성과 도출을 위한 적극적인 자세를 독려했다. 조 장관의 이례적인 방문에 대해 미국 측 대표단은 감사의 뜻을 표했으며 전반적인 회의장 분위기는 매우 화기애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고위급의 직접적인 관심은 이번 협상이 단순한 실무 논의를 넘어 양국 동맹의 질적 도약을 위한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앨리슨 후커 미 국무부 정무차관은 이번 방문 기간 중 정연두 외교부 외교전략정보본부장 등 한국의 외교 전략 핵심 인사들과 만나 북한 문제에 대한 긴밀한 공조를 재확인했다. 후커 차관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동맹으로서 북한에 대한 우리 각자의 접근과 정책을 긴밀히 조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안보 협의가 원자력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포괄적인 대북 억제 전략 및 동맹의 결속력 강화와 긴밀히 맞물려 있음을 보여준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과 앨리슨 후커 차관이 주재한 발족 회의 이후 이어진 실무급 회의에서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의 범위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정부는 일부 개정보다는 전면적인 권한 확보를 선호하고 있으나 미국 측은 핵비확산 원칙을 고수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이러한 입장 차이를 좁히기 위해 향후 수차례의 추가 회동을 통해 기술적, 법적 검토를 병행하며 합의점을 찾아갈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한국의 원자력 권한 확대 움직임이 국제적인 핵비확산 체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 섞인 시각을 보내기도 한다. 미국의 전통적인 핵비확산 정책 기조와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 확보 요구 사이에서 접점을 찾는 과정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향후 협상 과정에서 국제 사회의 신뢰를 유지하면서도 국가적 실익을 극대화하는 정교하고 치밀한 외교 전략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향후 한미 양국은 연중 성과 점검 체계를 가동하여 정상 간 합의 사항이 차질 없이 이행되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2차 회의에서 구체적인 협정 개정 문안이나 핵연료 수급의 세부 조건이 조율될 경우 한국의 안보 및 에너지 지형은 커다란 변곡점을 맞이할 전망이다. 정부는 국민적 기대와 국가 안보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이번 협의를 통해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모든 외교적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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