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발표될 부동산시장 정상화 방안이 막판 합의 과정에서 진통을 겪으며 대책 발표가 연기됐다. 시한은 정해지지 않았고 충분한 논의가 끝난 다음이라는 단서만 달았다.
21일 오후 부동산 경기부양책의 핵심 쟁점인 DTI(총부채상환비율)규제 완화문제를 논의했던 청와대 서별관회의(경제금융 점검회의)가 결국 부처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막판 조율에 실패했다.
정종환 국토해양부(이하 국토부) 장관은 21일 어제 부동산대책 관계 장관 회의를 마친 후 과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1일 부동산 대책 관계 장관들이 모여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지만 현장에서 의견수렴과 실태조사를 거치기로 했다”며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공식 밝혔다.
정 장관은 이어 “앞으로 정부 주택시장 거래 활성화 대책은 서민 중산층의 실수요 위주 거래를 활성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하지만 내일 있을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초미의 관심을 끌던 부동산활성화 대책이 제외됨으로써 부처 간 이견으로 조율을 실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관계자는 “서별관회의에 참석했던 관계부처 수장 간 입장이 극명하게 갈렸다”라며 “실태조사를 거치기로 했지만 부동산대책이 언제 제시될지 확언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 앞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 들어 주택가격 하향 안정은 수급 등 복합적인 요인이 컸다”라며 “실물 경기가 견고한 회복세를 보이는 만큼 주택가격 급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밝혀 DTI규제 완화에 합의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 진동수 금융위원장,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 청와대 백용호 정책실장, 최중경 경제수석 등 5명이 참석해 막판 조율을 위해 머리를 맞댔지만 DTI완화에 대한 국토부와 금융위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며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단 기획재정부와 금융위는 불완전한 대책으로 정책 불신을 키우기보다 추이를 지켜본 뒤 부동산대책을 마련해도 늦지 않았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회의 전 윤증현 장관이 “부동산 가격 급락이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은 것도 이 같은 입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국토부의 입장은 주택거래 침체가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에 DTI규제를 5∼10%가량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라며 “이번 회의에서 국토부는 강남 3구를 제외하고 DTI가 50%인 서울의 비 투기지역과 60%인 수도권은 차등화해서 상향 조정하는 방안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토부의 이와 같은 제안에 기획재정부와 금융위는 난색을 표하며 막판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는 “금융위는 DTI규제를 풀어도 거래 활성화에 큰 실익이 없다는 시각이다”며 “효과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DTI완화를 강행하면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감만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땜질식 처방으로는 부동산경기 정상화가 어렵다는 국토부, 여당의 입장과 가계 부실을 심화할 수 있다는 금융당국의 신중론이 팽팽히 맞서 조율에 실패했다는 것이 관계자의 부연 설명이었다.
◆ 세제혜택도 ‘오리무중’
DTI규제 완화 외에도 부동산 대책에 세제혜택을 포함하는 방안도 합의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윤 장관은 모두 발언에서 “지난 4.23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거래가 위축되고 있어 신규주택을 분양받은 사람들이 기존 주택을 매각하지 못해 이사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전해 세금의 부동산 거래 활성화 효과에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한편 일각에서 건설업계가 분양시장 침체의 한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보금자리주택에 대한 공급조절론도 거론되고 있지만 보금자리주택 추진에 대한 이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고려할 때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의 부연설명이었다.
◆ ‘공’은 청와대로
한편 정 장관은 “세제문제나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규제 완화 문제를 비롯해 여러 대책에 대해 논의를 했지만 DTI 완화에 대한 효과나 이런 문제에 대해 좀 더 심층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있었다”면서 향후 DTI완화를 둘러싼 관계부처 간 이견 조율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어 그는 부동산 대책 발표 시기와 관련 “지금 발표 시기를 특정하기엔 어렵다”라며 “시장상황을 면밀히 체크하고 종합적 검토를 거쳐 대책 시기를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이처럼 부처 간 이견으로 DTI완화에 대한 합의가 실패하고 내일 있을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부동산활성화대책이 제외되자 공은 청와대로 넘어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경제수석실 관계자는 “청와대 내부에서도 DTI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완화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반반이다”라며 “부동산활성화대책과 관련해서 청와대 입장에서도 고민이 큰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