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형석 기자] 전광우 이사장 "국민연금 기금 350조 돌파"
세계 3위권 진입 눈 앞..7월초 런던사무소 개설
"올해 해외 부동산 등 비금융 실물자산 투자 늘릴 것"
"기업 경영 적극 관여 부적절..사외이사 요청오면 검토"
"좋지 않은 국내외 경제 상황에서도 기금 운용 경쟁력과 국민 신뢰에 힘입어 국민연금 기금이 지난 12일 기준으로 350조원을 넘어섰습니다"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16일 연합뉴스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지난 2009년 취임 이후 국내 채권 중심에서 벗어난 투자 다각화와 해외 투자 확대 등 기금 운용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뛰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전 이사장과 공단측에 따르면 2010년말 324조 수준이던 기금은 국내외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불과 1년여만에 26조원이상 불었다.
이에 따라 세계 연기금 가운데 운용 자금 순위도 4위에서 곧 3위권으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세 번째로 많은 네덜란드 공적연금(ABP)이 작년초 기준 354조원으로 알려졌으나, 유럽 경제 상황이 나빠 상대적으로 최근 운용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 이사장은 "국민연금 기금 수익도 지난해 약 7조원을 비롯해 2009년 26조원, 2010년 30조원 등 최근 3년동안 63조원에 이른다"며 "잠정집계인 작년 통계를 빼고 2009~2010년 연 수익율이 10.4%로, 1988년 국민연금 도입 이후 연 평균 수익률 약 6%를 크게 웃돈다"고 덧붙였다.
기금을 수익률 낮은 채권에만 묶어두지 않고, 국내외 주식이나 부동산 등을 대상으로 '적극적' 투자에 나선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 이사장은 "국민연금 재정을 장기 추계할 때 연평균 5~6%의 수익률을 가정하는데, 현재 수익률이 3~4%에 불과한 국채에만 대부분의 기금을 넣어둔다면 기금 고갈을 앞당기는 무책임한 일"이라며 "자기 돈이라면 그렇게 굴리겠느냐는 생각을 꼭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같은 기금 운용 철학과 방향을 올해도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전 이사장은 올해 투자 방향에 대해 "채권 비중을 낮추고 주식과 대체투자(부동산 등), 해외투자 비중을 계속 늘려갈 것"이라며 "특히 올해의 경우 국내외 경제상황이 불확실한만큼 시장 변동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해외 부동산이나 사회간접자본(SOC) 등 비금융 실물자산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뉴욕 맨해튼 부동산을 매입하는 등 최근 해외 대체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배당 수익률이 현재 주요 국가 국고채 수익률보다 2~3%P 높아 안정적 배당 수익 등을 고려할 때 충분히 매력있는 투자처라는 분석 때문이다.
이 같은 해외 투자 확대 전략의 첨병, 전초기지가 될 국민연금의 두 번째 해외 사무소도 곧 문을 연다. 전 이사장은 "지난해 뉴욕 사무소에 이어 올해 7월초 올림픽에 앞서 런던 사무소를 개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수 국내 기업의 주요 주주로서 보다 적극적으로 권리 행사에 나설 의향이 없는지에 대해선 "국민연금은 재무적 투자자로서 기업의 일상적 경영에 적극 관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사외이사 파견에 대해서도 "만약 우리가 투자한 기업 측에서 사외이사 파견을 요청해오면 검토해보겠다"며 매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울러 전 이사장은 '10% 지분 공시' 규정 완화와 관련, "이미 국민연금 지분율이 9%를 넘은 기업이 많은데, 이 규정이 존재하는 한 추가 투자에 걸림돌이 될 수 밖에 없고, 그러면 수익률은 물론 올해 기금운용 계획조차 맞추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국민연금 제도 운영 측면에서는 올해 저소득 근로자 보험료의 3분의 1~2분의 1을 국가가 지원하는 보혐료 지원 사업, 연금 지급일 변경(매월 말일→25일), 연금 수급자 노후긴급자금 대부사업 등을 통해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없애고 연금 수급자에 대한 다양한 서비스를 늘리는데 주력한다는 게 공단측의 계획이다.
전 이사장은 "과거와 달리 국민연금의 안정성과 수익성에 대한 신뢰가 커지면서, 국민연금만큼 확실한 노후대비 투자가 없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며 "실제로 주부 등 자발적 가입자 수가 지난 2년 사이 4배 정도로 늘었고, 요즘도 하루 1천200명 정도가 스스로 가입하고 있어 다음달이면 전체 연금 가입자 수가 2천만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국민연금 개편 방향에 대해서는 "5년마다 이뤄지는 국민연금 재정계산이 내년에 있는데, 노후 생활에 대한 관심을 고려하면 급여 수준을 낮출 수는 없어도 보험료율을 점진적으로 높이는 방향으로 변화가 있지 않을까 추정한다"며 "OECD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보험료율 9%는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