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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 원천차단 위해 저축은행 전산망 통합감시 추진

[재경일보 전재민 기자] 정·관계 로비 등에 쓰이는 저축은행의 비자금 조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저축은행 전산망을 통합감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대형 금융지주사에 넘어가 내부 통제장치가 마련된 저축은행은 통합전산망에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

금융감독원은 자체 전산망을 가진 30개 저축은행 임원들을 불러 저축은행중앙회가 운영하는 통합 전산망에 가입하도록 요구했다고 4일 밝혔다.

지난해 이후 영업정지된 20개 저축은행 가운데 15개가 통합전산망에 가입하지 않는 등 저축은행들이 자체적인 전산망을 통해 전산조작을 하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비리를 자행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지난해 영업정지된 제일저축은행은 있지도 않은 소액대출이 고객 1만 1천여 명에게 나간 것처럼 전산을 조작해 1250억원을 빼돌렸다가 검찰에 적발됐고, 삼화저축은행과 부산저축은행도 전산조작으로 불법대출을 저질렀다.

통합 전산망은 지난 1999년 만들어졌지만 현재 93개 저축은행 가운데 중소형 63개사만 가입해 있으며, 현대스위스, HK 등 대형 저축은행과 부산솔로몬, 토마토2 등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의 자회사 등 300개 저축은행은 통합 전산망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각 저축은행의 전산을 한 곳에 모아 감시함으로써 전산조작과 비리를 예방하려고 통합 전산망 가입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형 저축은행이 통합전산망 가입에 반발할 것으로 보여 진통이 예상된다.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자체 전산망을 구축했는데 통합 전산망으로 갈아타면 손실이 크다"며 "각 저축은행의 영업에도 지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은행과의 연계영업 허용이라는 당근을 제시해 `숨통'을 틔워준다는 방침이다.

금융지주사 소속 저축은행은 지주 산하 은행과 자체 전산망으로 연계영업할 수 있고 다른 저축은행은 저축은행중앙회를 거쳐 은행과 연계영업토록 한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은행으로부터 신용정보는 제공받되 최종 여신심사는 저축은행이 각자 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 밖에 일부 저축은행이 가짜 예금통장이나 이중장부를 만들어 비자금을 조성했는지도 조만간 특별검사할 계획이다.

지난 5월 영업정지된 한주저축은행은 신입사원 교육에 쓰는 `통장발급 테스터'로 가짜 예금통장을 발급했고, 부산저축은행은 이중장부를 만드는 수법으로 금감원 검사에서 부실을 감추려다 들통나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교묘히 빼돌린 비자금은 분식회계나 퇴출저지 로비에 쓰일 공산이 크다"며 비자금 조성 수단을 차단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