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로 인해 촉발된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경기불안이 지속되면서 상당수 기업들이 앞다퉈 채용을 줄이고 있는 것.
재벌 계열사들 상당수가 고용을 늘렸지만 이들 기업들이 감원에 나서는 바람에 전체 상장사 고용은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특히 LG전자, 오뚜기, SK텔레콤에서 직원이 가장 많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SK하이닉스, 삼성엔지니어링, LG화학 등 10대 그룹 계열사들은 고용을 많이 늘린 것으로 드러났다.
그룹 중에서는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SK그룹, LG그룹, 롯데그룹 등의 직원이 크게 늘어났다.
이런 가운데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 무제한 매입, 미국의 3차 양적완화(QE3) 등 과감한 경기부양책이 잇따라 나왔지만 실물경기 회복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해 고용시장이 `빙하기'에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27일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융사를 제외한 유가증권시장 618개 상장사의 직원 수는 지난 6월말 기준 103만1222명으로 작년 말보다 1.16%(1만2450명), 작년 6월말에 비해서는 2.90% 증가했다.
하지만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 2010년 6월∼2011년 6월 상장사 직원수 증가율이 9.0%였던 점을 감안하면 1년만에 증가율이 3분의 1 이하로 추락한 것이다.
실제 상장사 전체의 35.4%를 차지하는 219개사는 직원수를 1년전보다 줄였다. 감소 인원은 모두 1만436명으로 집계됐다.
상장회사들의 고용이 꽁꽁 얼어붙은 까닭으로는 유로존 재정 위기에 따른 불확실성과 경기전망의 악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산업연구원이 지난 8월 말 전국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조업 주요 업종별 실물경기 동향 설문조사에서도 절반 이상(62.7%)이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국내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장홍근 연구위원은 "채용을 하지 않는 이유는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거나 어려워질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유로존 위기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소극적 자세를 견지한 것이 이런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삼성연구원 손민중 연구원도 "민간 기업들이 불투명한 경기 전망을 감안해 고용에 소극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별로 보면, LG전자의 지난 6월말 직원수가 3만543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만6052명보다 615명 감소했다.
오뚜기는 같은 기간 1864명에서 1290명으로 574명이 줄었고 SK텔레콤도 4592명에서 4027명으로 565명이 감소하며
이밖에 쌍용자동차(-467명), 광전자(-352명), 효성ITX(-289명), 대교(-275명), 인디에프(-255명), 한진중공업(-210명), 현대시멘트(-199명), 한진(-167명), 락앤락(-163명), 동부하이텍(-137명), 신세계푸드(-133명), 웅진씽크빅(-128명) 등도 직원수가 100명 이상 많이 감소했다.
고용이 증가한 기업은 SK하이닉스(1572명), 삼성엔지니어링(1279명), LG화학(1255명) 등 대부분 10대 그룹 계열사였다.
이에 따라 10대 그룹(70개 계열사) 직원수도 6월말 현재 55만4391명으로 작년말보다 1.32%, 전년 동월 보다 3.19% 각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나머지 548개 비 재벌사들의 고용 증가율은 이보다 낮은 2.57%와 0.96% 수준이었다.
재계 1위인 삼성그룹(12개사) 직원수는 16만7117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9%(4851명) 늘었고, 2,3위인 현대차그룹과 SK그룹(10개사)는 각각 11만5823명과 3만6672명으로 3.11%(9489명), 5.15%(1795명) 늘어났다.
LG그룹(11개사)과 롯데그룹(7개사)도 2.27%(2318명), 6.95%(2391명) 증가해 증가폭이 컸다.
상장사들의 설비투자 규모는 대폭 증가했지만 심각한 대기업 편중 현상을 드러냈다.
올해 상반기 설비투자액은 34조6015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1.6%(3조5848억원) 증가했다.
이는 유형자산 취득을 위한 현금유출액에서 유형자산 처분에 따른 현금 유입액을 제외한 순투자액 기준으로 산출한 결과다.
다만 설비투자 증가분은 10대 그룹 소속 계열사에 집중돼 있었다.
10대 그룹의 상반기 설비투자 규모는 22조8786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21.7%(4조799억원) 증가한 반면, 나머지 548개 기업의 설비투자 규모는 11조7229억원으로 오히려 4.1%(4950억원) 감소했다.
금액면으로는 10대 그룹 소속 계열사의 설비투자액이 전체의 66.1%를 차지했다.
10대 그룹 중에서는 삼성 계열사(12개)의 설비투자액이 10조198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작년 동기 대비 증가율도 66.8%로 가장 컸다.
롯데그룹은 9046억원으로 35.7% 늘었고 현대차그룹은 2조2404억원으로 19.6% 증가했다.
그러나 포스코그룹(-31.8%), 현대중공업그룹(-27.8%), GS그룹(-9.2%), 한진그룹(-51.6%), 한화그룹(-60.2%) 등은 설비투자액이 감소했다.
경기 부진 속에서도 수출 확대로 좋은 실적을 낸 IT와 자동차 업체들은 제품 수요 증가와 재고 소진 때문에 설비 투자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에 중소형 상장사들은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현금 자산 확보에 열을 올리면서 신규 투자는 엄두도 내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기업들이 불황 때마다 설비투자로 필요인력을 대체하고 하청·용역 등 간접고용을 확대하는 관행에 대해서 쓴소리를 했다.
장 연구위원은 "글로벌 리더인 도요타도 비정규직을 많이 늘리고 외주 제작을 확대해 제품 결함이 발생했다"면서 "한국 대기업들도 자칫 아웃소싱의 함정, 비정규직의 함정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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