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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롱 신용카드' 2400만장… 발급·유지비용만 4000억원 넘어

[재경일보 전재민 기자]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이후 1년 동안 한 번도 사용하지 않는 일명 `장롱 카드'가 무려 2400여만장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가 약 2580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경제활동을 하는 우리나라 국민 1명당 평균 1장의 장롱카드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카드 1장당 평균 발급 비용이 모집인 수수료까지 포함해 약 1만5000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장롱카드로만 3600억원이 버려진 셈이다. 여기에 카드사의 유지비용까지 합치면 4000억원이 훌쩍 넘는다.

이에 따라 장롱카드만 줄여도 카드사들이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를 핑계로 경영난 엄살을 부리며 부가서비스를 줄이고 연회비를 인상하는 것 등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전 업계 및 은행계 카드사의 휴면 신용카드는 2382만8372장이었다.

전업계 카드사 가운데 신한카드가 509만장으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삼성카드(285만장), 현대카드(281만장), KB국민카드·롯데카드(249만장), 하나SK카드(173만장)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비씨카드는 4292장으로 장롱카드가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계 카드사에서는 우리은행이 171만장, NH농협은행이 144만장으로 비교적 많았다.

또 외환은행(95만장), 기업은행(70만장), 씨티은행(64만장), 대구은행·스탠다드차타드은행(20만장)도 적잖았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 간에 치열한 시장 점유율 경쟁이 벌어지면서 그동안 과다 발급된 경향이 있다"면서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의 지갑 속에 평균 1~2장 정도는 장롱 카드인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전체 신용카드에서 휴면 신용카드가 차지하는 비중도 무려 20% 수준에 달했다.

이 비중이 가장 높은 전업계 카드사는 하나SK카드(26.7%) 발급한 카드 중 2~3장 정도는 먼지만 낀 채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삼성카드(21.8%)와 롯데카드(23.1%), 현대카드(208%)도 휴면 신용카드 비율이 20%를 넘었다.

KB국민카드와 비씨카드는 각각 16.3%와 15.3%로 역시 두자릿수를 넘었다.

은행계 카드사는 카드 관리 업무를 소홀히 하면서 휴면 신용카드 비율이 전업계보다 훨씬 높았다.

수협은행의 휴면 신용카드 비율이 31.5%에 달했으며, 제주은행(29.4%), 전북은행(27.66%), 외환은행(27.1%), 스탠다드차타드은행(25.2%), 광주은행(23.83%)도 휴면 신용카드 비중이 컸다.

휴면 신용카드의 심각성을 깨달은 금융당국이 정리 작업에 나서 내년에는 절반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휴면 신용카드에 대해 회원이 해지의사를 밝히지 않은 경우에도 한 달 내에 서면, 이메일 등으로 계약 해지 또는 유지 의사를 확인하도록 카드업계와 은행계 카드사에 요구했다.

한 카드사 임원은 "카드사들이 그동안 휴면 신용카드를 유지해왔던 것은 이들이 잠재 고객으로 유용하게 마케팅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휴면 신용카드 감축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느 정도 업계 자율을 줄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