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지난해 3분기 충격 실적… 증권업계 '패닉'

[재경일보 양진석 기자] 국내 주요 증권사의 지난해 3분기(10∼12월) 실적이 예상보다 훨씬 더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 증권업계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실적을 발표한 다수 대형 증권사가 시장 예상치에 크게 못 미치는 최악의 성과를 내놓은 것.

불황에 따른 거래감소로 실적 부진은 예상했지만 예상보다 상태가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이 적지 않은 모습이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증권사의 주식 거래대금이 전분기보다 9.1% 줄어든 영향으로 384조원에 그친 탓에 수탁수수료 수익이 크게 감소하면서 증권사의 작년 3분기 순익은 2008년 2분기 이후 18분기 만에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보다 더 심각한 실적 부진을 확인한 증권업계는 공황상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거래대금이 급격히 줄어드니 다른 수익원이 없는 상황에서 실적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라며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묶여 있고 정부 규제도 여전해 돌파구가 없다는 게 더 답답하다"라고 말했다.

아이엠투자증권 김고은 연구원은 "거래대금이 너무 적었고 자산관리 및 판매 쪽에서는 특히 소매채권 판매량이 줄어들었다"라며 "주가연계증권(ELS)을 많이 운용하는 증권사는 배당락 때문에 평가손실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증권은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지난해 3분기 당기순손실이 672억2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고 28일 밝혔다. 영업손실은 333억원이었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위탁 영업수익 감소와 유가증권 평가손실로 적자 전환했다"라며 "상품운용손실로 트레이딩 부문에서도 적자가 났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3분기 당기순손실이 102억9000만원으로 적자로 전환했으며, 영업손실도 132억6000만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거래대금이 감소하면서 위탁부문 수익이 급감했고 2분기에는 금리 인하로 자산평가액이 실적을 많이 보충해줬지만 3분기에는 시장금리가 오히려 올라서 평가액이 줄었다"라고 말했다.

IBK투자증권도 지난해 3분기 당기순손실 49억1000만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적자를 내지 않은 증권사도 대부분 순익이 급감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해 3분기 당기순이익이 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5% 줄었고, 키움증권도 57억7000만원으로 86.5% 감소했다. 또 대우증권은 132억원으로 48.6% 줄었으며, HMC투자증권은 97.2% 감소했다.

일부 증권사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내놓기는 했지만 실질적 재무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1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4.32% 늘었지만, 전분기에 비해서는  73.77% 줄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전년의 해외법인 손실이 정리된 데 따른 기저효과로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은 호전됐다"라며 "전분기 대비 순익 감소의 주요인은 배당락에 따른 상품운용 주식의 일시적 평가손 및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평가 이익 감소"라고 설명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 3분기 법인세비용 차감 후 순익이 20억2000만원으로 전년 동기의 29억2000만원 손실에서 흑자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규모가 크지는 않다.

이 회사 관계자는 "순익이 전년 대비 늘어나긴 했지만 수준이 미미하다"라며 "작년에 회사채 쪽으로 영업이익 확대하면서 수익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나마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등은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3분기 당기순이익 706억원, 영업이익 8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7%, 17.5% 증가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3분기 당기순이익이 380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156억보다 143.6% 늘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해 3분기 순이익이 148억으로 전년동기보다 27.59% 증가했다.